(서울=연합인포맥스) 박경은 기자 = 2년 8개월 만에 거래가 재개된 대양제지가 결국 공개매수를 통한 상장폐지 수순을 밟는다. 이미 거래 재개 논의 시기 상장폐지 조건을 충족한 상태였으나, 소액주주 보호 의무를 위해 한국거래소가 ‘헐값 매수’를 통한 상장 폐지는 안 된다는 의사를 전달한 상황이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양제지는 최근 국내 한 대형 증권사를 주관사로 선정하고, 공개매수 가격과 절차를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다.
대양그룹 소속의 골판지 생산·판매 회사인 대양제지는 지난 2020년 10월 발생한 안산공장 화재 사고로 영업 정지 상황까지 이르렀다. 주요 사업인 골판지 원지 생산을 위한 설비가 전소됐는데, 이를 위해서는 최소 3천억원 이상의 신규 설비 투자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화재 발생 3개월 뒤, 코스닥 시장에서는 장기 영업 정지에 따른 상장 폐지 사유 발생으로 대양제지의 주권 매매가 정지됐다.
거래 정지 직후인 지난 2021년 2월 대양제지는 23.36%의 지분을 3천260원의 단가에 공개매수하겠다고 공시했다. 당시 지분율 상 자사주를 제외,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소유가 아닌 나머지 지분 100%를 매집하는 계획이었다.
수천억원가량의 설비 투자 대신 자진 상장폐지를 통한 실익이 더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당시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대양제지의 소액주주 측은 공개매수가가 적절히 산출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대양제지의 공개매수가 ‘헐값 상폐’ 시도라고 비판했다.
당시 법무법인 한누리는 대양제지 소액주주들을 대리해 상장적격성심사와 관련한 의견서를 한국거래소에 제출하기도 했다.
결국 대양제지의 공개매수 시도는 실패로 끝났다. 당초 목표로 했던 물량의 절반가량인 342만여주만을 인수하는 데 그쳤다. 통상 유가증권시장 상장 규정에서 자진 상폐를 위한 최대주주 지분율로 보는 기준인 95%를 확보하지 못했다.
코스닥시장상장 규정에서는 주식분산요건 미달에 따른 형식적 상장 폐지 요건을 걸어뒀으나, 상장 폐지를 위한 최대주주의 필요 지분율을 명시하지는 않았다. 다만 통상 유가증권시장 규정을 준용해 사용한다.
이후 지난해 7월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는 대양제지의 상장폐지를 심의, 의결했다. 지주사 역할을 하는 신대양제지를 중심으로 수직 계열화된 지배구조를 원했던 최대주주의 결정에도 부합하는 결정이었다.
다만 코스닥위원회는 대양제지의 상장 폐지를 최종적으로 확정하는 대신, 회사 측이 영업 재개 여부를 다시 살펴보기를 원했다.
또한 영업 재개를 위한 물리적 자금 조달이 어려운 상황이라면, 자진 상장폐지를 결정하기 전 소액 주주 보호를 위한 장치를 마련할 것을 회사에 권고했다. 지난 3분기 말 기준 소액주주가 보유한 지분 4.52% 전체를 적절한 가격으로 공개매수해, 지배 지분율 100%를 확보하도록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양제지는 지난 10월 거래재개 당시 공시를 통해 “주식분산 기준 미달로 관리종목 지정 사유가 추가된 바 있다”며 “투자자 보호를 위해 단계적 자기 주식 처분, 자진 상장 폐지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설명했다.
같은 회사가 상장 폐지를 위해 두 차례의 공개 매수를 시행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과거 목표 지분율 매집을 위해 1·2차로 나누어 공개매수로 진행된 사례는 있었으나, 대양제지와 같이 수년이 지난 이후 또다시 매집에 나선 사례는 없다.
과거 공개매수 사례와 같은 논란을 피하기 위해 적정 가격을 산출하는 것이 이번 대양제지 공개매수의 핵심으로 보인다.
지난 2021년 공개매수 당시 법무법인 한누리는 한국거래소에 대양제지가 상장 적격성 심사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의견서를 제출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한누리는 “신대양이 공개매수가격으로 제시한 주당 3천260원은 영업정지결정에 따른 거래정지 직전일 종가에서 전혀 할증이 이뤄지지 않은 가격”이라며 “대양제지의 주당 순자산가치인 7천600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헐값”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대양제지 지분 매집을 위한 공개매수 가격이 적어도 과거 논란 당시보다는 높은 가격에서 책정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한누리 측이 제시했던 주당 순자산가치(자본총계/유통주식수)를 지난 3분기 말 기준 가격으로 제시한다면, 공개매수 가격은 7천600원으로 예상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대양제지가 사실상 최초로 두 번째 공개매수에 나선 만큼 적정 가격을 통해 주주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중요할 것”이라며 “한국거래소 입장에서도 장기간 거래 정지가 된 종목의 소액주주를 보호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대양제지의 지분 매입 과정을 살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양제지는 지난 1일 단기과열종목으로 지정됐다. 지난 11월 30일 장 중 한때, 전일 대비 18.27%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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