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서영태 기자 = 금융감독원이 불법적인 행위를 저지르는 핀플루언서(금융 인플루언서)와의 전쟁을 선포한 가운데 해외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적발되고 있다.
영국과 유럽, 호주 등에서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대중의 투자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핀플루언서를 규제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국내에서도 핀플루언서를 적절하게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인도에선 유명 배우가 유튜브로 시세조종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인도에서 금감원 격인 인도증권거래위원회(SEBI)가 유튜브를 통해 시세를 조종한 유명 배우의 주식 거래를 금지하고, 부당수익 90억원 가량을 몰수했다. 이 배우는 대중에 대한 영향력을 이용해 특정 주식의 가치를 띄운 뒤 매도하는 방식으로 돈을 번 것으로 알려졌다. 주가 조작에 쓰인 유튜브 채널은 수십만 구독자를 보유했고, 동영상은 수백만 조회 수를 기록했다.
호주에서는 한 핀플루언서가 지난 6월 약 4억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중소형주 주가를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미국에선 연방검찰이 트위터(현 X) 등에서 수십만의 팔로워를 거느린 핀플루언서 8명을 증권사기 혐의로 기소했다. 이들은 팔로워를 주가 조작에 이용해 우리 돈으로 1천500억원의 부당수익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미디어를 통해 주가를 띄운 뒤 차익을 거두는 전형적인 선행매매 수법이다. 미 법무부는 “증권 사기꾼들이 무고한 투자자를 희생시키고 시장의 온전함을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국내에선 ‘슈퍼 개미’로 불렸던 구독자 50여만명의 유튜버 김정환의 재판이 진행 중이다. 선행매매한 5개 종목을 추천해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다.
당국은 다른 사건에 대한 조사도 진행 중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핀플루언서 범죄를 포착했다며 “서민을 기만하고 약탈적으로 저지른 범죄 두세건 정도를 포착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원장은 “특정 상장 종목을 추천하고 일반 투자자의 매수를 유도한 다음에 본인들이 보유하고 있는 차명 계좌에서 매도하는 방식 등으로 이익을 실현하는 행태”라고 설명했다.
◇ 영국·유럽·호주, 핀플루언서 규제…”국내도 필요”
핀플루언서가 우리나라를 포함한 지구촌 곳곳에서 논란이 되자 주요국은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지난 7월 금융감독국(FCA)이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금융상품이나 서비스 홍보에 대한 지침안을 발표했다. 기존 가이드라인에 핀플루언서와 밈 마케팅 등 새로운 트렌드를 반영한 것이다.
영국 ‘Z세대 투자보고서’에 따르면 젊은 투자자의 23%가 핀플루언서를 팔로우하거나 참고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인스타그램에서 금융 분야 구독자 수 증가율이 다른 분야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유튜브에서도 금융 분야 구독자 수가 증가 속도가 전체 구독자 수 증가 속도보다 두 배 빨랐다.
핀플루언서 활동이 급증하자 고위험 금융상품을 대중에게 홍보하는 이들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고, 영국 FCA는 불법적인 홍보로 인한 금융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 소셜미디어 활용 방법을 관리·감독하기로 했다.
유럽에서도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금융 마케팅의 문제점을 인식했다. 유럽 당국은 핀플루언서가 허위 홍보를 하지 않도록 하고, 대가를 받는 경우 공개하게 했다. 또한 핀플루언서가 투자 위험을 공개하지 않고 규정을 위반하는 경우 책임을 강화하게 했다.
호주는 핀플루언서를 강하게 규제하는 국가다. 증권투자위원회(ASIC)는 금융서비스 라이선스 없이 금융 자문을 제공하는 불법적인 홍보 행위를 할 때 최대 5년형에 처하고 관련 기업에 100만호주달러 이상의 벌금 부과 가능케 했다.
홍지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핀플루언서의 영향력이 커짐에 따라 믿고 투자하는 금융소비자가 증가하면서 투자 피해 발생 가능성도 커졌다”며 “금융소비자의 주의가 필요하며 핀플루언서와 관련된 적합한 규제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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