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부회장, ‘컨트롤타워’ 수펙스추구협의회 신임 의장
1994년 입사 후 30년 동안 그룹 몸 담아
(서울=연합인포맥스) 유수진 기자 =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대표이사(부회장)가 SK그룹의 ‘컨트롤타워’ 격인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이끄는 수장이 됐다. 이를 두고 SK그룹의 사촌경영이 본격화하기 시작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최창원 부회장은 고 최종건 SK그룹 창업주의 막내아들(3남)로 최태원 회장과는 사촌 관계다. SK그룹은 최종건 창업회장이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나며 동생 최종현 선대회장이 경영을 맡았고, 그의 장남 최태원 회장이 경영권을 물려받으며 현재에 이르렀다.
SK그룹은 7일 SK수펙스추구협의회가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을 임기 2년의 새 의장으로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수펙스추구협의회는 SK그룹 경영의 공식적인 최고 협의기구이자 사실상의 ‘컨트롤타워’다. 그룹의 경영 관련 의사결정 전반과 계열사 지원 등을 맡고 있다. 계열사 현직 CEO들이 각 위원회에서 활동하며 ‘따로 또 같이’를 실천하는 형태다.
수펙스(SUPEX)는 초일류를 뜻하는 ‘Super Excellent Level’의 줄임말로, 인간 능력으로 도달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을 의미한다. 최종현 선대회장이 직접 만든 단어로 다른 재계 그룹들과 차별화되는, SK만의 독특한 경영방식이다.
협의회의 수장인 ‘의장’은 사실상 SK그룹의 2인자로 여겨진다. 최태원 회장의 철학을 가장 잘 이해하고 전파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협의회 멤버가 아닌 최 회장과 지근거리에서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그의 철학과 주문을 그룹 경영에 반영한다.
그 자리에 사촌동생인 최창원 부회장을 앉혔다. 이번 인사를 두고 사실상 SK그룹이 ‘사촌경영’ 체제를 본격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거란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그간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이 중심에 서되 전문경영인들이 일선에 나서는 ‘따로 또 같이’ 형태로 운영돼 왔다. 이번에 대표이사에서 물러나거나 자리를 옮긴 4명의 부회장이 모두 전문경영인이라는 점만 봐도 알 수 있다.
수펙스추구협의회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직전 의장인 조대식 부회장은 2016년 12월 선임돼 7년 동안 협의회를 이끌었다. 그 사이 무려 4연임에 성공했다.
반면 최종건 창업회장의 아들이자 최태원 회장의 사촌인 최신원 전 회장·최창원 부회장은 각각 SK네트웍스, SK디스커버리를 맡아 사실상 분리 경영을 했다. 법적·물리적으로는 ‘SK’ 한몸이지만 계열 분리를 한 것과 다르지 않을 정도로 각자의 영역을 철저히 지키며 침범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 최태원 회장이 그룹 2인자 자리를 사촌동생에게 내주며 사촌경영이 본격화할 토대가 마련됐다. 특히 이를 승계와 연관지어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최 회장이 승계에 대한 고민을 내비친 적이 있어서다.
앞서 최 회장은 지난 10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경영권 승계 관련 질문을 받고 “나만의 계획이 있지만 아직 공개할 시점은 아니다”며 “정말 많은 생각을 하고 있고 준비해야만 한다”고 밝혔다. 당시 “만약 제가 불의의 사고를 당한다면 누가 그룹 전체를 이끌겠나”라며 “승계 계획이 필요하다”고 중요성도 설파했다.
이에 최창원 부회장에게 브릿지 역할을 맡긴 거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아직 최 회장의 자녀들이 20~30대로 승계를 논하기엔 젊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최 부회장 역시 차기 총수 후보군에 포함됐다는 시그널로 보기도 한다.
실제로 최태원 회장은 최창원 부회장에게 가족으로서 두터운 신뢰를 갖고 있는 동시에 전문경영인으로서도 높이 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단순히 사촌동생이라서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자리를 내 준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1964년생인 최 부회장은 1994년 그룹 경영기획실에 과장으로 첫 발을 들인 이후로 30년 동안 SK그룹에 몸담아오고 있다. 2007년 SK케미칼 대표이사에 오른 데 이어 2017년부터 중간지주사인 SK디스커버리 대표이사를 맡아 SK의 케미칼, 바이오 사업을 이끌고 있다.
기획·재무 전문성을 바탕으로 신규사업 발굴과 사업재편 등에 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SK그룹 측은 “최 부회장이 앞으로 각 사의 이사회 중심 경영과 그룹 고유의 ‘따로 또 같이’ 경영 문화를 발전시킬 적임자라는 데 관계사 CEO들의 의견이 모아졌다”고 밝혔다.
sjy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