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국제경제부 = 8일(이하 미국 동부시각) 뉴욕 금융시장은 예상보다 견고한 고용지표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를 두고 분주하게 움직이며 하루를 보냈다.
이번 주 초 발표된 민간 고용지표들은 고용 둔화를 가리켰고 이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조기 금리인하론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활용됐다.
하지만 월가 예상치를 웃도는 정부의 고용지표가 발표되자 시장은 자산별로 다르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뉴욕증시는 미국의 11월 고용이 예상보다 강했다는 소식에도 점진적인 고용 둔화에 따른 경기 연착륙 기대가 높아져 상승했다.
반면 미국 국채시장은 국채가 하락(금리 상승)으로 반응했다.
채권시장은 연준이 조기 금리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기대로 이번 주 국채를 매수해왔다. 하지만 이같은 흐름을 뒤집는 정부의 공식 수치가 나오자 빠르게 매도 우위로 돌아서며 가격을 재산정했다.
미국 달러화 가치는 강세를 보였다. 일본은행(BOJ)의 정책 변화 시사의 충격으로 나타났던 엔화 강세, 달러 약세의 흐름이 월가 예상보다 탄탄한 미국 비농업 고용지표에 되돌림 장세를 보였다.
연준의 조기 금리인하 기대도 약해지면서 달러화 강세가 탄력을 받았다.
뉴욕 유가는 7거래일 만에 상승세로 마감했다. 전날까지 6거래일 연속 하락한 만큼 낙폭 과대라는 인식 속에 저가 매수세가 유입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주간 단위로는 7주 연속 하락 마감하며 하향세라는 큰 그림은 유지됐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11월 비농업 부문 고용은 19만9천명 증가했다. 이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들의 예상치 19만명 증가를 웃돈다.
전달 수치는 15만명 증가로 유지됐고, 9월 고용은 29만7천명에서 26만2천명으로 하향 조정됐다.
미국의 11월 실업률은 3.7%로 10월의 3.9%에서 0.2%포인트 하락했다. 임금 상승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6% 올라 예상치인 4%에 거의 부합했다.
고용이 예상보다 강한 모습을 보였지만, 이날 수치에는 전미자동차노조(UAW)의 파업 종료로 해당 근로자들이 일터로 복귀한 것이 반영됐다. 해당 수치는 고용을 3만명가량 늘린 것으로 추정된다.
고용이 대체로 견조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으나 대다수 고용 지표가 고용시장이 둔화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연준의 금리 인상은 물 건너갔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시장은 다음 주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이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이날 지표로 달러화와 국채금리가 오름세를 보였다. 이는 연준의 내년 금리 인하 기대가 다소 약화했기 때문이다.
10년물 국채금리는 이날 7bp가량 오른 4.23%를, 2년물 국채금리는 14bp가량 급등한 4.73%를 나타냈다. 내년 3월에 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은 45% 수준으로 떨어졌다. 전날에는 65%가량에 달했다.
소비자들의 경기 신뢰도는 개선됐고, 단기 인플레이션 기대는 크게 꺾였다.
미시간대학이 발표한 12월 소비자심리지수는 69.4를 기록해 전달의 60.4에서 개선됐다. 1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3.1%, 5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2.8%를 기록했다. 이는 전달의 4.5%, 3.2%에서 크게 하락한 것이다.
◇주식시장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30.49포인트(0.36%) 오른 36,247.87로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18.78포인트(0.41%) 상승한 4,604.37로, 나스닥지수는 전장보다 63.98포인트(0.45%) 뛴 14,403.97로 장을 마감했다.
투자자들은 11월 고용과 국채금리 움직임 등을 주시했다.
고용이 예상치를 웃돌았다는 소식에 내년 금리 인하 기대는 줄었으나 고용이 지속해서 둔화하고 있다는 평가에 힘이 실리면서 미국 경제의 연착륙 기대는 커졌다.
S&P500지수 내 필수소비재, 부동산, 유틸리티 관련주가 하락하고, 에너지, 기술, 금융, 임의소비재 관련주는 상승했다.
방산기업 허니웰의 주가는 캐리어 글로벌의 보안 사업부를 50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한 가운데 1% 이상 하락했다. 캐리어 글로벌의 주가는 5%가량 올랐다.
룰루레몬의 주가는 분기 순이익이 예상치를 웃돌았다는 소식에 5% 이상 올랐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주가는 영국 경쟁 당국이 회사와 오픈AI와의 제휴 관계가 사실상 합병으로 볼 수 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는 소식에 1%가량 오르는 데 그쳤다.
뉴욕증시 전문가들은 고용이 둔화하고 있는 점은 연착륙에 대한 기대를 높이지만, 시장에 반영된 내년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는 다소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BMO 웰스 매니지먼트의 영-유 마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마켓워치에 “연착륙이 여전히 가능하다는 점은 좋은 일이다”라며 그러나 시장은 내년 초 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 “너무 낙관적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고용 보고서에서 시간당 임금 상승률이 약간 높은 편으로 나왔다며 이는 인플레이션 압력에 영향을 줄 수 있고, 내년 연준의 금리 인하로의 방향 전환을 시장이 예상하는 것보다 약간 더 뒤쪽으로 밀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연준이 약간 인내심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며 파월 의장이 다음 주 통화정책 회의에서 약간 더 매파적인 기조를 취함으로써 조기 금리 인하 기대에 대한 열기를 누그러뜨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 마감 시점 연준이 12월에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은 98.4%에 달한다. 내년 3월 회의에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45.6%,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은 53.5%에 달했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VIX)는 전장보다 0.71포인트(5.44%) 하락한 12.35를 기록했다.
◇채권시장
연합인포맥스의 해외금리 일중 화면(화면번호 6532)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현재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물 국채금리는 전 거래일 오후 3시 기준보다 11.97bp 오른 4.250%를 기록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금리는 같은 기간 16.59bp 급등한 4.744%를 가리켰다. 2년물 금리가 하루에 16bp 이상 오른 것은 지난 6월 29일 이후 처음이다.
30년물 국채금리는 8.07bp 상승해 4.327%에 거래됐다.
10년물과 2년물 격차는 전 거래일의 -44.8bp에서 -49.4bp로 다시 확대됐다.
국채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미국 11월 고용 결과를 두고 주가는 오르고 채권가격은 내려가는 하루였다. 특히 채권금리는 대부분 10bp 넘게 뛰며 주식시장보다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채권시장이 11월 초부터 금리를 떨어트린 배경에는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로 연준이 내년 1분기에는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하지만 이날 발표된 11월 비농업 고용 지표와 실업률은 미국 경기가 예상보다 더 탄탄하다는 점을 드러냈다. 연준이 금리인하에 나설 명분 중 하나가 사라진 것이다.
ING의 제임스 나이틀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고용이 냉각되고 있으나, 붕괴하지는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라며 “이는 연착륙 스토리와 일치한다”라고 말했다.
시장은 이를 빠르게 반영했다. 11월 고용이 발표된 후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연방기금(FF) 금리선물 시장에서 시장 참가자들은 연준이 내년 3월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확률을 기존 55%에서 45.6%로 내렸다.
채권시장도 현재 레벨로는 견고한 고용시장을 정당화할 수 없었기 때문에 채권 매도 우위로 대응했다.
글린메드의 마이클 레이놀즈 투자전략 부대표는 “11월 고용은 연준이 금리 인하에 예상보다 더 천천히 임할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줬다”며 “임금 상승은 인플레이션에 당분간 불을 지필 수 있기 때문에 연준이 금리를 더 올리진 않더라도 고금리 장기화 기조는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매번 지표가 나올 때마다 채권금리가 큰 폭으로 오르내린다는 것은 시장 내에서도 금리인하 시점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특정 지표가 자신들의 입맛에 들어맞을 경우 포지션을 크게 잡는다는 뜻도 되기 때문이다.
한편 이날 발표된 미국 장단기 기대 인플레이션 지표는 급락했다.
미시간대에 따르면 12월의 1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3.1%로 지난 11월의 4.5%에서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는 2021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1년 기대인플레이션은 지난 11월에 4.5%로 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한 후 큰 폭으로 낮아졌다.
5년 장기 기대인플레이션도 하락했다. 12월에 장기 기대 인플레이션은 2.8%를 기록해 직전 달 3.2%보다 내렸다. 이는 2021년 7월 이후 두 번째로 낮은 수치다.
◇외환시장
연합인포맥스(화면번호 6411)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현재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엔 환율은 144.986엔으로, 전일 뉴욕장 마감가 143.722엔보다 1.264엔(0.87%) 올랐다.
유로-달러 환율은 1.07636달러를 기록해, 전장 1.07954달러보다 0.00318달러(0.29%) 하락했다.
유로-엔 환율은 156.06엔으로, 전장 155.13엔보다 0.93엔(0.60%) 올랐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 인덱스는 전장 103.595보다 0.37% 상승한 103.983을 기록했다.
달러인덱스는 103대에서 한 때 104.277까지 튀어 올랐다.
일본은행이 완화 정책에서 긴축 정책으로의 전환을 시사하면서 141엔대까지 저점을 낮췄던 달러-엔 환율은 견조한 미국 고용 지표에 145엔대까지 반등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일본은행이 본격적인 긴축에 나설 경우 엔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달러-엔 환율이 급락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했다.
그러나 이날 미국 비농업 고용지표가 월가 예상치를 웃돌면서 다시 무게 중심은 달러화로 옮겨갔다.
미 연준이 여차하면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고 장기간 금리를 동결할 수 있다는 기대도 이어졌다.
시장 참가자들은 금리인상 사이클을 종료한 중앙은행들이 동결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 과도한 금리인하 기대를 억제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봤다.
미국 경제가 다른 나라들보다 상대적으로 우위를 보이고 있는 점은 달러화에 힘을 실어주는 요인이다.
고용 지표 확인 후 미 국채수익률도 급등하면서 달러화를 지지했다.
이에 달러화는 주요 통화 대비 강세를 보였다.
유로-달러 환율은 다시 1.72달러대로 저점을 낮췄다. 지난 11월 14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유로존에서 가장 큰 경제 규모를 가진 독일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1월에 전년 동월 대비 3.2% 올랐다. 이는 지난 10월의 3.8%보다 둔화됐다.
하지만 유로화 하락세는 제한됐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연준보다 먼저 금리인하를 할 것이라는 기대로 유로화가 최근 약세를 보였지만 ECB의 금리인하 기대가 과도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에 유로화가 과매도됐다는 인식도 커져 유로-달러 환율은 1.076달러대로 하락폭을 줄였다.
이르면 내년 3~4월에 금리인하를 할 것으로 전망되는 ECB가 예상보다 오랫동안 금리 동결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될 경우 그동안의 유로 약세가 되돌림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일었다.
한편, 영국 잉글랜드은행(BOE)이 진행한 분기 기대인플레이션 조사에서 내년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치 중간값은 3.3%로 지난 8월의 3.6%보다 하락했다.
향후 12개월 동안의 기대인플레이션 중간값은 2.8%로 지난 8월 조사에서 나온 2.8%와 같았다.
5년 이후와 같은 장기 기대인플레이션 중간값은 3.2%로, 이전 2.9%보다 높아졌다.
파운드-달러 환율도 장중 1.250달러대로 저점을 낮춘 후 지지됐다.
이는 지난 11월 22일 이후 최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기술적 분석으로도 달러-엔 환율은 추가 하락이 가능하다고 예상했다.
UOB의 시장 전략가는 “기술 차트를 기준으로 달러-엔 환율은 더 하락 추세를 보일 것”이라며 “하락 모멘텀이 크게 증가해 달러-엔 환율이 주간 일목균형 구름 상단의 지지선인 139.60엔까지 내려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달러-엔 환율이 이 레벨 이하로 떨어질 수도 있겠지만 구름대로 진입하면 추가 하락세는 둔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판테온 매크로이코노믹스의 이안 셰퍼슨 전략가는 “미국 실업률이 전월 3.9%에서 3.7%로 하락하면서 제롬 파월 의장이 연준이 조만간 완화할 것이라는 생각을 거둬들일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늦어도 내년 5월까지는 금리인하를 시작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원유시장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배럴당 1.89달러(2.73%) 오른 71.23달러에 장을 마쳤다.
7거래일 만에 상승했으나 유가는 이번 주에만 4% 가까이 하락하며 여전히 비관론이 우세했다. 이번 주까지 WTI는 7주 연속 하락했고 이 기간 낙폭은 20%에 이른다.
WTI 가격이 7주 연속 하락했던 경우 지난 2018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이날 유가는 미국 경기의 연착륙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수요 불안이 완화된 측면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11월 비농업 고용이 19만9천명을 기록하며 월가 예상치를 상회하자 미국 경기가 여전히 견고하며 내년 연착륙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었다.
고용이 증가하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조기에 내릴 것이라는 기대감은 꺾였지만 경기 흐름에 대한 낙관론은 다소 회복된 셈이다.
국제 유가는 주요 산유국의 감산이 불확실한 점과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로 가격 압박을 받아왔다. 미국 경기가 예상보다 견고한 만큼 수요 감소에 대한 우려도 약해진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 정부가 전략비축유 규모를 다시 늘리겠다고 발표한 것도 유가 상승을 도왔다. 미국 정부는 최소 내년 5월까지 전략비축유를 최대 300만배럴 매입할 계획이 있다고 발표했다.
다만 11월 미국 고용 호조가 국제 유가의 하락세라는 큰 흐름을 뒤집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주요 산유국의 감산이 의무적이지 않다는 점에 시장 참가자들의 실망감은 상당하다.
오안다의 크렉 엘럼 선임 시장 분석가는 “유가의 전반적인 하락세는 시장 참가자들이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의 자발적 감산에 얼마나 실망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며 “투자자들은 특히 내년 글로벌 경제에 대해서도 낙관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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