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장 후보 이석태·강신국 물러나…카드 박완식만 남아
'징계' 전현직 자금시장 임원 모두 퇴임…김건호 바통 이어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지난 8일 단행된 우리은행 인사를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취임 직후 대규모 물갈이 인사를 한 만큼 연말에는 안정에 방점을 둔 인사를 할 것으로 예상했던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고강도 '핀셋' 임원 인사에 나선 때문이다.
그룹 내 2인자인 우리은행장 자리를 두고 경쟁했던 인사와 1천억원대 파생상품 손실에 대한 책임을 진 인사들이 모두 짐을 싸게 되면서 강도 높은 쇄신을 주문하고 신상필벌에 대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주 우리은행 인사에서 이석태·강신국 부문장과 이문석·성윤제·고정현·김백수 부행장 등 총 6명의 임원이 임기를 끝내고 물러났다.
특히, 은행권 안팎에선 이석태 부문장의 거취에 적잖은 충격을 받은 분위기다.
이 부문장의 경우 현재 우리은행 수장인 조병규 행장과 함께 행장 최종 후보에 올라 경쟁을 벌였던 인사다.
1964년생으로 우리은행 전략기획부장과 우리금융 신사업총괄 전무, 우리금융 사업성장부문 부사장, 우리은행 영업총괄그룹 집행부행장 등을 역임했던 이 부문장은 대표 '전략통'으로서의 면모는 물론, 온화한 성품까지 갖춘 것으로 유명하다.
'팔방미인'으로 유명했던 이원덕 전 우리은행장의 이미지와 비슷한 점이 많았던 덕에 선·후배들의 지지가 유독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문장과 마찬가지로 은행장 레이스를 함께 뛰었던 강신국 부문장 또한 이번 인사를 끝으로 우리은행을 떠나게 됐다.
1천억원대의 파생상품 손실 사고로 인해 이 부문장과 달리 강 부문장의 거취 변화는 어느 정도 예견되기는 했다.
앞서 우리은행은 1천억원대의 파생상품 손실을 낸 것과 관련해 전임 자금시장그룹장이었던 강신국 부문장에게 '견책' 처분을 내렸다.
우리은행의 임원 제재는 '주의-주의적 경고-견책 경고-직무 정지-해임 권고'로 나뉘는데, 견책부터는 중징계다.
감봉·직무 정지 등의 물리적 페널티가 따르지는 않지만, 향후 인사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위기는 있었다.
우리은행의 한 관계자는 “보수적인 기조가 너무 강한 은행권 내에서 강 부문장은 사안에 대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데 주저함이 없던 몇 안 되는 임원 중 하나였다”며 “이 부문장과 강 부문장이 떠나면서 생길 공백에 대해 아쉬움과 우려를 표하는 직원들이 많다”고 전했다.
우리은행에서 이석태·강신국 부문장이 퇴진하면서 조 행장과 함께 경쟁을 했던 인사는 박완식 우리카드 대표만 남게 됐다.
아울러 강 부문장의 후임으로 자금시장그룹을 이끌었던 이문석 부행장이 교체된 것을 두고 의외라는 평가가 나온다.
파생상품 손실 문제가 발생했던 시기가 대부분 강 부문장이 자금시장을 이끌 당시였고, 이 부행장의 징계 수위도 '주의' 처분에 그쳤기 때문이다.
중징계를 피했고, 파생상품 손실 문제도 어느 정도 털게 된 만큼 당분간 자금시장그룹을 이 부행장이 끌고 갈 것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가 강했다.
전·현직 자금시장그룹장이 모두 떠나게 되면서, 향후 자금시장부문은 지주에서 인수·합병(M&A) 등 사업 포트폴리오 업무를 총괄했던 김건호 상무가 이끌게 됐다.
임 회장 취임 직후에 유임됐던 성윤제 여신지원그룹장과 고정현 IT그룹장, 김백수 정보보호그룹장 등도 이번 인사를 끝으로 우리은행을 떠났다.
이번 인사를 계기로 '임종룡 체제'의 그립이 더욱 강화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지주 인사에서는 안정을 택했지만, 은행에서는 명확한 메시지를 준 인사였다는 평가가 많다”며 “당분간 은행은 부행장 역할을 수행하다가 이번에 부문장까지 맡게 된 김범석 국내영업부문장과 기동호 기업투자금융부문장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j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