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계 진출 속도, 웰스파고·ANZ도 눈독…중국물 위축, 존재감 확대
(서울=연합인포맥스) 피혜림 기자 = 한국물 시장의 성장세가 지속되면서 글로벌 투자은행(IB)의 시선도 한국으로 향하고 있다. 막대한 물량을 쏟아냈던 중국물이 주춤해지자 한국 부채자본시장(DCM) 시장으로 관심을 옮기고 있다.
◇리그테이블 진입 40곳으로 확장…글로벌IB 진입 속속
15일 연합인포맥스 'KP물 주관순위'(화면번호 4431)에 따르면 올해 한국물 공·사모 리그테이블에 이름을 올린 국내외 하우스는 총 40곳에 달했다. 연합인포맥스 데이터 집계를 시작한 2016년 이후 최대 규모다.
그동안 한국물 리그테이블에는 30여곳 안팎의 하우스가 이름을 올렸다. 2021년과 2022년에 37곳이 진입해 전보다 늘어난 모습을 보인 데 이어 올해도 확장세가 이어졌다.
공모 한국물로 범위를 좁히더라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올해 해당 시장에서 실적을 쌓은 국내외 증권사는 총 34곳으로, 지난해보다 세 곳 늘었다. 한동안 리그테이블에서 자취를 감췄던 모건스탠리와 로이즈, 바클레이즈, 유안타증권(대만), 코메르츠방크 등이 올해 들어 존재감을 드러냈다.
한국물 시장에 대한 글로벌IB의 관심은 인력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독일계 도이치방크는 지난 7월 문정혜 본부장을 한국 DCM 본부장으로 영입했다. 이어 올해 9월 한국수출입은행의 달러·유로화 채권 주관사단으로 참여해 한국물 시장에서 실적을 쌓았다.
미국계 웰스파고(Wells Fargo & Co.)는 김기훈 소시에테제네랄 이사를 영입하고 시장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일찌감치 한국 인력을 영입한 하우스들은 차츰 성과를 보였다.
프랑스계 나티시스는 올해 서울지점 개점을 마치고 기지개를 켰다. 올해에만 IBK기업은행·한국투자증권 달러채, KDB산업은행과 한국주택금융공사(커버드본드) 유로화 채권을 주관했다.
나티시스는 웨스트팩(Westpac)의 강인환 상무가 2021년 아시아태평양 지역 DCM 업무 담당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한국물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ANZ의 약진도 눈에 띈다. 올해 한국수출입은행과 KDB산업은행 등 국책은행 발행물을 섭렵해 역량을 드러냈다. ANZ는 지난해 소시에테제네랄 장호재 전무를 북아시아 DCM 헤드로 영입한 후 한국물 시장에 존재감을 높였다.
◇이색 채권으로 글로벌IB 관심 확대…韓 존재감 부상
유로화 이중상환청구권부채권(커버드본드) 발행량이 늘어나면서 해당 채권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유럽계 하우스도 모습을 보이고 있다.
독일 은행인 LBBW(Landesbank Baden-Wurttemberg)은 지난해 KB국민은행이 찍은 유로화 커버드본드 발행 주관사로 참여해 연합인포맥스 리그테이블 집계 이래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올해에는 한국주택금융공사 유로화 커버드본드의 코 매니저(co-manager)로 참여해 접점을 이어갔다.
LBBW는 내달 발행 예정인 신한은행 유로화 커버드본드로 내년에도 기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유로화 커버드본드 시장 내 한국물 공급량이 늘어나면서 해당 시장에서 경쟁력을 보이는 하우스들이 속속 국내 시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유안타증권도 올해 처음으로 한국물 리그테이블에 모습을 보였다. 한국수출입은행이 포모사본드 발행 주관사로 참여한 결과다. 포모사본드 발행이 다시 활발해지면서 대만 증권사의 존재감도 드러난 모습이다.
글로벌 IB의 관심이 한국 시장으로 향하는 건 중국물 감소의 영향이 크다. 한때 아시아 발행 시장을 이끌었던 중국물 발행은 줄어들었지만, 한국물은 조달을 이어가면서 시장 내 비중이 커졌다.
유로화 커버드본드 등 다양한 시장으로 영역이 확대되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관련 파트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하우스도 유입되면서 국내 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는 조달 라인이 넓어지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달러채 발행을 늘리면서 한동안 글로벌 하우스들이 한국보다 중국 시장에 집중했는데 지금은 분위기가 다르다”며 “중국물이 급감한 데 비해 한국물은 견조한 발행세를 이어가면서 중국 담당 인력 해고 및 국내 시장 진입 등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ph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