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금융사의 일시적 유동성·자본확충 위기를 지원하는 금융안정계정 도입 논의가 결국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해 10월 레고랜드 사태의 파장이 커지자 금융권 유동성 위기가 현실화할 경우에 대비해 예금보험기금 내 금안계정을 설치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논의했다.
다만, 국회의 반대로 이견을 좁히는 데 실패하면서 연내 도입은 결국 무산됐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2일 열릴 것으로 예상됐던 정무위원회 법안소위가 취소되면서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은 논의되지 못했다.
예금보험공사 입장에선 지난 정무위 법안소위가 연내 금안계정 통과를 위한 사실상의 마지막 기회였다.
앞서 유재훈 예보 사장은 지난 8일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마지막 법안소위에서 좋은 논의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지만, 법안소위 자체가 무산되자 핵심사업 중 하나인 금안계정 도입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금안계정 도입이 골자인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은 현재 법안소위에 계류 중으로, 오는 28일 본회의 전까지 입법 절차를 밟지 못할 경우 내년 5월 국회 회기 종료에 폐기 수순을 밟게 된다.
예보 관계자는 “법안 통과 절차를 고려하면 법안소위를 거치지 못한 금안계정은 연내 통과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전망을 예단하긴 어렵지만 내년에 최대한 빨리 열어줄 것을 요청해 논의를 계속 진행해 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안계정은 금융사가 일시적 자금난을 겪을 경우 예보가 조성한 기금을 통해 선제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하는 제도다.
예보대상 금융사와 지주사가 대상으로, 예금보험기금에 금융안정계정을 설치해 운영된다.
현재 예보는 은행과 보험, 금융투자, 종합금융, 저축은행 등에서 보험료를 받아 기금을 운영하는데, 현행대로라면 예보는 금융사가 파산한 뒤 이 기금을 활용해 유동성을 공급하게 된다.
하짐나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선제적으로 자금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가 생기게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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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관계자도 “금안계정은 금융사 부실 등에 대해 사전적·예방적 지원 체계를 상설화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시장불안이 확산하는 것을 미리 차단하는 효과가 있는 만큼, 사후적 절차와는 다른 맥락에서 필요했던 법안이다”고 전했다.
이번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은 지난 2월 상정된 이후 여러 차례 논의됐지만 더불어민주당의 반대 논리에 막혀 속도를 내지 못했다.
우선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은 금융위원회 단독으로 금융사 부실 가능성을 판단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 예보는 이를 수용해 수정안을 만들어 다시 제출하기도 했다.
수정안에는 금융위가 기획재정부 장관과 한국은행 총재, 금융감독원장, 예보 사장 등과 협의 후 예보에 자금 지원을 요청하는 방식이 추가됐다.
이후 당국은 법안소위 통과를 예상했지만, 이번에는 채권시장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또 한 차례 무산됐다.
이는 예보 계정 재원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예보기금채권이 과다하게 발행될 경우 지난해 말 레고랜드 사태와 같이 채권시장 경색이 심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다만, 금안계정 등을 시작으로 예보가 금융시장의 부실에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을 확보하는 것은 달라진 환경 속에서 필수적인 과제라는 지적이 많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에는 금융위기의 발생 징후와 전개, 충격 등의 과정이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지고 있다”며 “여전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중심으로 ‘불확실성’이 남은 점을 고려하면 대응책 마련 논의는 지속될 필요가 있다”고 전?다.
j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