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진, 삼성물산 주식 처분…지분율 0.64%↓
2021년 상속 이후 오너일가 중 처음
(서울=연합인포맥스) 유수진 기자 = 삼성그룹 오너일가는 2020년 10월 이건희 선대회장 별세 이후 약 12조원의 상속세를 숙제로 안게 됐다. 2021년 4월부터 3년간 약 6조원을 납부했고, 앞으로도 비슷한 규모가 남아있다.
이 선대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계열사 주식은 상속세 재원 마련에 톡톡히 기여해왔다.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기도 했지만, 상당량은 블록딜 방식으로 처분했다. 이들이 상속받은 주식은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삼성SDS, 삼성생명 등 네곳이다.
이중 유일하게 오너일가가 매각하지 않은 주식은 ‘삼성물산’이다. 상속 이후 3년 가까이 지났지만 네 사람 모두 전량 그대로 보유하고 있다.
그룹 내 역할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삼성물산은 지주회사 체제가 아닌 삼성그룹에서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이다.
‘그룹 지배력의 정점’인 만큼 사실상 ‘마지막 보루’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과중한 세금 부담에 결국 삼성물산 주식까지 처분 대상에 올린 것으로 해석된다. 그야말로 전방위적 조달이다.
◇이부진 사장, 삼성물산 121만주 매각…1천300억 확보
6일 재계에 따르면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지난달 31일 하나은행과 보유 중인 삼성물산 주식 120만5천718주를 처분하기 위한 유가증권처분신탁 계약을 체결했다.
상속세 마련 목적이다. 계약일 종가(10만6천700원)로 단순 계산하면 이번 매각으로 약 1천286억원을 손에 쥘 전망이다.
이 사장은 이번에 삼성물산과 삼성전자, 삼성SDS, 삼성생명까지 4개 회사 지분을 골고루 처분하기로 결정했다.
지분 매각이 이뤄지면 이 사장의 삼성물산 주식은 현재 1천166만2천168주에서 1천45만6천450주로 줄어들게 된다. 지분율도 6.23%에서 5.59%로 낮아진다.
이에 따라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도 6월 말 기준 33.63%에서 32.99%로 낮아질 예정이다. 삼성물산의 단일 최대주주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18.26%)이다.
삼성그룹 오너일가는 2021년 초부터 매년 약 2조원대의 상속세를 마련해오고 있지만 아무도 삼성물산 주식을 팔진 않았었다. 이 선대회장으로부터 지분을 상속받은 4개 회사 중 유일하다.
이 선대회장은 별세 당시 삼성물산 주식 542만5천733주(2.88%)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때는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관장만 주주가 아니었고, 세 자녀는 이 선대회장보다 주식이 많았다.
당시 이 회장은 3천267만4천500주(17.33%),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은 각각 1천45만6천450주(5.55%)를 갖고 있었다. 이 회장은 120만5천720주를 상속받아 3천388만220주(17.97%)가 됐고, 홍 전 관장은 180만8천577주(0.97%)로 주주 명부에 이름을 올렸다.
이 사장과 이 이사장은 기존 주식에 120만5천718주가 더해져 각 1천166만2천168주(6.19%)가 됐다. 네 사람 모두 지금껏 보유 주식을 그대로 유지해오다 이번에 처음으로 이 사장이 매각에 나서게 됐다.
◇그룹 지배력의 ‘최정점’…3년 가까이 지분 전량 보유
이들이 삼성물산 주식을 처분 대상 ‘우선순위’에 올리지 않은 건 그룹에서의 역할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 사이 삼성전자, 삼성SDS, 삼성생명 주식은 1명 이상이 처분했다.
삼성그룹은 지배구조가 ‘이재용 회장 등 오너일가→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 순으로 이어진다. 오너일가가 삼성물산을 통해 삼성전자 등 주요 계열사는 물론,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형태다. 그룹 장악을 위해선 경영권 확보뿐 아니라 지주사 격인 삼성물산 지배력(지분율) 확대도 필수다.
이번에 이 사장이 지분 일부 매각을 결정하며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율 감소가 불가피해졌다.
하지만 최대주주 지분율이 상당한 데다 ‘백기사’도 있어 당장 지배력을 걱정할 수준은 아닐 것으로 분석된다. 이 사장의 매각 결정 역시 이에 대한 확신에 기반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현재 최대주주인 이재용 회장 등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33.63%다. 나머지 주요 주주(지분 5% 이상)는 KCC와 국민연금이 전부다. 2대주주인 KCC(9.17%)는 삼성의 백기사이자 우군으로 평가된다.
KCC는 2015년 6월 삼성이 미국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으로부터 경영권 위협을 받을 당시 지분을 매입해 경영권 방어를 도와줬다. 이후 경영권이 안정된 후에도 지분을 팔지 않고 계속 유지 중이다.
처음 인연을 맺은 건 KCC가 2012년 비상장이던 삼성에버랜드 지분을 사들이면서다. 이때부터 11년째 관계를 이어오고 있는 셈이다.
sjy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