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상승 둔화에도 기업 부담…생산성 개선해야”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정현 기자 = 한국은행은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 둔화 흐름이 더딜 수 있다면서 디스인플레이션의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일반인 기대인플레, 물가둔화 제약될 수도
한은은 20일 발간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에서 “일반인의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가 장기간 물가안정 목표를 큰 폭으로 웃돌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일반인 단기(향후 1년) 기대인플레이션은 추세적으로 둔화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속도는 다소 느려진 상태다.
지난해 3분기 4.4% 수준이었던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은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4분기 각각 4.1%→3.9%→3.6%→3.3%→3.4%를 나타냈다.
이에 대해 한은은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은 고물가 시기에는 실제 물가상승률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기대가 조정되는 반면 물가가 비교적 낮은 시기에는 실제 물가상승률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고물가 기간 내에서도 물가상승률이 가파르게 높아진 시기(2021년 중반~2022년 중반)에는 기대인플레이션도 비슷한 빠르기로 상승했지만 고물가가 둔화한 2022년 중반 이후에는 기대인플레이션이 실제 물가 흐름에 비해 더디게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3년간 일반 소비자들의 구입 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은 품목의 물가가 크게 상승하면서 기대인플레이션이 더디게 둔화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가령 2021년 하반기 이후 가공식품, 외식 및 외식제외 개인서비스 등 구입 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은 품목들의 가격상승률이 팬데믹 이전 수준을 크게 웃돈다는 것이다.
이처럼 기대인플레이션이 더디게 둔화하면서 높은 수준에서 유지될 경우 향후 디스인플레이션의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 임금상승 둔화에도 기업 부담…생산성 개선해야
최근 임금 상승률이 둔화하는 모습이지만 생산성 변화를 고려한 명목임금 상승률은 여전히 높다는 진단도 한은은 내놨다. 노동시장에서의 물가상승 압력이 상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은은 팬데믹 회복 기간 중 가파르게 높아졌던 명목임금(상용직 정액금여) 상승률은 지난해 4분기를 정점으로 둔화세를 지속해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낮아졌다고 분석했다. 팬데믹 이전(2015~2019년) 3.7% 수준이었던 명목임금 상승률이 지난해 4.3%까지 높아졌다가 올해 들어서는 3.9%로 둔화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생산성 변화를 감안한 명목임금(단위노동비용)의 상승률은 팬데믹 이전 대비 여전히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단위노동비용은 지난해 5.3%로 가파르게 높아졌는데 올해는 2.7%로 둔화됐다. 그러나 팬데믹 이전 1.9%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다.
명목임금 상승률이 둔화됐음에도 생산성 증가율이 작년부터 소폭 마이너스를 나타내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이를 감안할 때 노동시장에서의 물가상승 압력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단위노동비용 상승률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1분기 정도 선행하는 경향이 있어서다.
단위노동비용 상승시 이를 완충할 여력이 부족한 기업들이 가격 인상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은은 “임금상승률이 낮더라도 생산성 증가율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 실제 기업의 비용 부담은 더 늘어날 수 있다”면서 “생산성 둔화 흐름이 개선되지 않으면 물가 둔화 흐름도 더뎌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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