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송하린 기자 = 사법리스크에 발목 잡힌 삼성전자가 공신력 있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지수 구성종목에서도 제외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ESG지수를 추종하던 연기금투자풀 국내주식 펀드는 삼성전자 종목을 정리할지 추종 지수를 변경할지, 고민의 기로에 놓이게 됐다.
◇한국거래소, ESG지수 구성종목서 '사법리스크' 삼성전자 제외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이달 '코스피200 ESG 지수' 구성 종목에서 삼성전자를 포함한 총 18개 종목을 제외했다.
코스피200 ESG 지수는 코스피200지수를 유니버스로 하고 우량 ESG종목을 선정해 코스피200지수와의 추적오차를 줄인 지수다.
전일 기준 코스피200 ESG지수 편입종목은 총 132개다.
한국거래소는 매년 12월마다 코스피200 ESG지수 구성 종목을 정기 변경한다. 한국ESG기준원이 가장 최근 평가한 ESG 부문별 점수 및 통합 점수를 기준으로 평가한다.
코스피200 ESG지수는 ESG점수가 높은 순으로 총 130여종목을 선정하고 있어 등급보단 점수 영향을 받는다.
사회점수, 지배구조점수, 환경점수 중 두 개 부문의 순위가 상위 100위 이내이거나 어느 하나의 순위가 상위 50위 이내여야 최종 선정된다.
삼성전자는 최근 '오너 리스크'가 반영되면서 한국ESG기준원이 매긴 ESG점수가 하락했다. 그 결과 한국거래소 ESG지수에서도 탈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달 17일 최대 주주였던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병하는 과정에서 합병 비율 왜곡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장부 조작이 있었다는 혐의로 검찰에서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을 구형받았다. 내년 26일 1심 선고가 나올 예정이다.
ESG등급으로만 따지면 한국ESG기준원은 올해 삼성전자 종합등급을 전년과 동일한 A로 정했다. 부문별 등급도 환경 A, 사회 A+, 지배구조 B+로 동일하다.
하지만 사법 리스크가 대두되면서 '사회책임' 부문 점수가 깎였다. 실제 한국거래소가 산출하는 ESG 관련 지수 가운데 사회책임 점수만 고려하는 'KRX ESG 사회적책임경영지수(S)' 구성 종목에서도 함께 제외됐다.
◇삼성전자 담은 연기금투자풀 '비상'…팔아야 하나 '고민'
문제는 ESG투자 시 코스피200 ESG 지수를 추종하고 있는 연기금투자풀이다. 코스피200 ESG 지수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던 삼성전자가 제외되면서 연기금투자풀은 곤란해졌다.
코스피200 ESG 지수를 따라가자면 연기금투자풀은 지금까지 담고 있던 삼성전자 종목을 덜어내야만 한다. 삼성전자는 코스피200 ESG 지수 내 구성 종목에서 제외되기 전까지만 해도 지난달 말 기준 지수에서 차지하는 시가총액비중이 29.33%로 가장 컸다. 2순위인 SK하이닉스보다도 지수시가총액이 3배 이상 크다.
연기금투자풀에 속해있는 60여개 기금은 기관평가에도 주요하게 반영되는 기금운용평가가 중요하다. 평가지표인 'ESG투자 노력도'에서 가점받기 위해 자산군별 투자 시 ESG를 고려하는 이유다.
하지만 코스피200 ESG 지수대로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운용수익률에 비상이 생길 수 있다. 삼성전자가 상장지수시각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21% 정도로 높아, 코스피200과의 괴리가 커질 우려도 있다. 연기금투자풀이 수많은 ESG지수 중에서도 코스피200 ESG 지수를 추종하는 건 코스피200과 가장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연기금투자풀이 포트폴리오에서 삼성전자를 덜어내기보단 벤치마크지수 자체를 코스피200으로 변경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는 이유다.
연기금투자풀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ESG 가점을 취해서 얻을 수 있는 기금평가 상 플러스(+)와 운용수익률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기금평가 상 플러스 가운데 어떤 게 더 클까 가늠할 것”이라며 “최근 분위기는 삼성전자를 빼고 가는 건 부담스러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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