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3% 지분으로 유의미한 경영 참여 어려워
배당성향 낮은 데다 추후 엑시트도 난관
(서울=연합인포맥스) 김학성 기자 = 정부가 넥슨 지주회사 엔엑스씨(NXC) 소수 지분 매각 작업에 시동을 걸었다.
매각 예정가격이 약 4조7천억원에 이르는 대형 매물이다.
다만 경영권이 없는 지분인 데다 배당 매력도 높지 않아 매각 작업에 난항이 예상된다.
◇ 이달 두 차례 경쟁입찰 후 수의계약 전환 가능
5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따르면 공사는 전날 NXC 주식 85만1천968주(지분율 29.3%) 등 국유증권 매각 입찰을 공고했다.
이번에 캠코가 매각하는 NXC 지분은 지난해 2월 별세한 김정주 넥슨 창업자의 유족이 올해 2월 정부에 상속세로 물납한 주식이다.
물납이란 상속세 등 세금을 금전 외에 부동산이나 유가증권으로 납부하는 것을 말한다.
NXC 지분을 상속세로 받은 정부는 회계법인의 가치평가와 기획재정부 증권분과위원회 논의를 거쳐 매각 예정가격을 4조7천149억원으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NXC의 전체 기업가치는 약 16조원으로 책정됐다.
입찰은 매각 예정가격 이상의 일반경쟁입찰로 진행한다.
이달 중 두 차례 입찰을 한 뒤 낙찰자가 정해지지 않으면 수의계약과 ‘쪼개기 매각’을 검토할 방침이다.
◇ 경영권 없는 소수 지분, 원매자 찾기 난항 전망
상속세 물납이 이뤄진 지 10개월여만에 NXC 지분 매각이 본격화했지만, 원매자를 찾기 쉽지 않을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매물의 가격은 5조원에 육박하지만, 경영 의사결정에 유의미하게 참여하기 어려운 소수 지분이기 때문이다.
29.3%의 의결권으로는 상법상 주주총회의 보통결의(출석주주 과반 찬성)는 물론 특별결의(출석주주 3분의 2 이상 찬성) 사항에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
아울러 이사회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기가 쉽지 않다.
현재 NXC의 이사회는 3명의 사내이사와 1명의 기타비상무이사 등 총 4명으로 구성돼 있다.
기타비상무이사인 김회석 이사도 NXC 출신으로서 현재 NXC의 자회사인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의 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소수 지분 인수자가 주주간 계약에 따라 주요 경영사항에 대한 동의권을 확보하더라도 이사회에서의 주도권은 갖기 어려운 형국이다.
따라서 잠재 원매자가 현재 NXC의 최대주주인 유정현 이사 측의 협조를 얻어 사전에 우선매수권(ROFO·Right of First Offer) 등을 확보해 추후 단일 최대주주로 올라설 수 있는 길을 마련할 수 있어야 거래가 성사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다만 NXC 관계자는 지난 5월 상속세 물납으로 인한 주식 보유 변동 공시 이후 “최대주주로서 동일인 및 동일인 관련자의 경영권은 안정적으로 유지될 전망”이라고 한 바 있으며, 이와 관련한 입장은 변동이 없다고 이날 밝혔다.
사모펀드(PEF) 운용사가 소수 지분에 대한 투자금 회수(엑시트) 방안으로 널리 사용하는 기업공개(IPO)도 자회사 넥슨이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상황임을 감안하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아울러 NXC는 배당 측면에서도 매력적인 매물은 아니란 시각이 우세하다.
최근 3년간 NXC의 평균 배당성향은 5.5%였다.
지난해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사의 평균 배당성향인 35.1%에 비하면 약 6분의 1 수준이다.
◇ 게임 투자 늘리는 해외 ‘큰손’ 들어올까
이 같은 고려사항에도 NXC 지분에 관심을 보일 만한 잠재 원매자로는 중국의 빅테크 텐센트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 등이 거론된다.
이미 다양한 국내 정보기술(IT) 기업에 투자한 바 있는 텐센트는 넥슨의 최대 흥행작 중 하나인 ‘던전앤파이터’의 중국 배급을 맡고 있고, 지난달엔 위메이드로부터 국내 게임사 시프트업 지분 4%를 800억원에 인수했다.
PIF는 지난 9월 말 기준 김택진 대표에 이어 엔씨소프트의 2대 주주(지분율 9.3%)이며, 지난 6월엔 넥슨 일본 법인의 지분율을 기존 9.22%에서 10.23%로 확대했다.
지난 2019년 한 차례 NXC 경영권 지분 매각이 추진됐을 때 본입찰에는 MBK파트너스,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베인캐피털 등 국내외 PEF 운용사와 카카오, 넷마블 등 전략적 투자자(SI)가 참여했다.
그러나 매수·매도인 사이 적정 가격에 대한 눈높이 차를 좁히지 못하며 매각 작업이 무산됐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과거 NXC 경영권 매각 당시 대형 게임사들 사이에서는 창업 1세대를 존중하는 마음에서 그분(고 김정주 넥슨 창업자)의 회사를 사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오너도 있었다”며 “게임사 특성상 유형자산이나 부동산이 많지 않아 자산유동화 측면에서도 매력이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찰돼 쪼개기 매각으로 간다고 해도 원매자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hs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