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장순환 기자 = 올 한해 국내 주식시장은 주가 조작과 이차전지 열풍 등 쏟아지는 이슈로 연초부터 연말까지 숨 가쁜 시간을 보내야 했다.
특히, 미국 금리에 따른 시장 변동 폭이 커진 상황에서 기울어진 운동장 해소를 위한 공매도 금지나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 폐지 등 여러 제도 개선이 있었다.
또한, 상장 주식의 가격 제한폭도 확대돼 상장 첫날 ‘따따블'(공모가의 4배) 종목도 탄생했다.
◇기울어진 운동장 공매도 일시 금지
금융당국은 내년 6월까지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를 전격 시행했다.
지금까지 금융당국이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를 단행한 사례는 세번으로, 이번이 역대 네 번째다.
지난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 2011년 유럽발 재정위기, 그리고 2020년 코로나 발병 시기 등 모두 매크로 환경이 불확실해지면서 증시가 폭락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번 공매도 금지는 과거와는 달라 총선을 앞둔 선심성 정책이라는 비판도 일각에서 나왔다. 정부는 이번 공매도 금지 기간을 ‘불법 공매도 근절’의 원점으로 삼고, 유관기관과 함께 기존의 틀에서 벗어난 전향적인 제도개선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한시적 공매도 금지’ 후속 조치로 개인과 기관투자자의 대주 상환기간, 담보 비율 등을 일원화할 계획이다.
먼저 중도 상환 요구가 있는 기관의 대차 거래에 대한 상환 기간을 개인의 대주 서비스와 동일하게 90일로 하되, 연장할 수 있도록 한다.
개인의 대주담보비율(현행 120%)도 기관과 외국인의 대차와 동일하게 105%로 낮춘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최근 인사청문회에서 공매도를 금지한 것과 관련, “자본시장의 대외 신뢰를 위해 필요했다”고 말했다.
◇30년 된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 폐지
30년 넘게 유지돼오며 ‘코리아 디스카운트’ 주요 요인으로 꼽힌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도도 폐지됐다.
외국인 투자등록제는 국내 상장 증권에 투자하려는 외국인이 금융당국에 인적 사항 등을 사전 등록해야 하는 제도다. 지난 1992년 외국인의 국내 상장주식 투자를 처음으로 허용한 이후 30년간 유지돼왔다.
이런 등록 절차에는 시간이 소요되고 요구되는 서류도 많아 외국인들이 우리 증시에 투자하는 데 큰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를 폐지하는 자본시장법 시행령이 시행됨에 따라 외국인 투자자는 별도의 사전 등록 절차 없이 국내 상장 증권 투자가 가능해졌다.
또한, 외국 증권사들의 통합계좌(다수 투자자의 매매를 단일 계좌에서 통합 처리) 운용도 편리해졌다.
통합계좌 명의자의 보고 주기를 ‘즉시’에서 ‘월 1회’로 완화됐다.
외국인 투자자의 장외거래 사후 신고 범위도 확대됐다.
그간 사후 신고로 장외거래가 가능한 경우는 조건부 매매, 직접 투자, 스톡옵션, 상속·증여 등으로 한정됐지만, 사전 심사 필요성이 낮고 장외 거래 수요가 높은 유형들을 사후 신고 대상에 포함된다.
이에 따라 현물 배당이나 실질 소유자 변경이 없는 증권 취득 등도 사후 신고로 장외거래 할 수 있다.
◇상장 주식 가격 제한폭 확대…파생시장 개장 15분 당겨
상장 주식의 가격 제한폭이 최대 400%까지로 확대 개편됐다.
기존 상장 주식은 시초가가 공모가의 200%로 형성된 후 가격제한폭(±30%)까지 올라 260%인 공모가 2배 시초가 후 상한가(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상한가)를 기록할 수 있었다.
개편된 한국거래소의 시행세칙 개정에서는 시초가가 60~400%로 형성된다. 상장 첫날에 시초가와 동일 밴드인 60~400%에서 거래가 이뤄지게 된다.
금융당국의 ‘상장일 가격변동폭 확대’ 추진 배경은 가격 기능 왜곡 완화에 있다.
실제 신규 상장 종목의 상장 당일 가격변동폭을 확대하는 제도가 시행된 이후 해당 종목들의 회전율이 높아지면서 ‘상한가 굳히기’ 현상이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시행 6개월여 만에 공모 상장 첫날 400% 주인공도 탄생했다.
코스닥에서 첫 거래를 개시한 케이엔에스는 공모가격(2만3천원)의 400%인 9만2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2일 상장한 LS머티리얼즈도 공모가 대비 400% 상승한’따따블’에 성공했다.
파생상품시장 개장 시간도 현행 오전 9시에서 오전 8시 45분으로 15분 당겨졌다.
파생상품 가격에는 기초자산 미래 가격에 대한 시장참가자들의 다양한 예측이 선반영되므로 기초자산에 대한 ‘가격 발견’을 용이하게 하는 측면이 있다.
이 때문에 일본, 홍콩, 대만, 싱가포르, 호주 등은 파생상품시장을 주식시장보다 10∼30분 일찍 개장한다.
파생상품시장이 주식시장보다 15분 일찍 열리게 됨에 따라 장 초반 변동성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shj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