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남승표 기자 = 내 집 마련의 기회를 살리기 위해 한국과 미국 의회가 각자 다른 처방을 내려 눈길을 끌었다. 한국 국회에서는 실거주 의무를 폐지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반면 미국에서는 월가의 투기자본을 주택시장에서 추방하려는 법안 제정이 추진 중이다.
26일 해외 언론과 미국 의회 등에 따르면 민주당은 상원과 하원에 헤지펀드가 미국 주택시장에서 단독주택을 매입하고 소유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법안 명칭은 ‘헤지펀드의 미국 주택 통제 종식 법안'(End Hedge Fund Control of American Home Act)이다.
법안은 투자자들의 자금을 관리하는 기업, 파트너십, 리츠(부동산투자회사) 등을 헤지펀드로 정의하면서 이들이 소유한 단독주택을 10년에 걸쳐 매각하도록 해 결과적으로는 주택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한다.
10년에 걸친 매각 기간 중 세금 불이익을 부과하고 수익에 대해서는 헤지펀드가 소유한 주택을 매입하려는 계약자들의 계약금 지원에 사용하도록 유보해준다.
법안을 제출한 제프 머클리 오리건주 상원의원과 애덤 스미스 워싱턴주 하원의원은 “일반적인 미국 가정이 다른 가정과 협상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 억만장자들과 협상하는 상황이 만들어졌다”며 “이 때문에 임대료와 집값이 올라갔다”고 말했다.
기업이 일정 규모 이상의 주택을 소유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도 추진 중이다.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제프 잭슨 하원 의원과 알마 애덤스 하원 의원이 제출한 ‘미국 이웃 보호 법안'(the American Neighborhoods Protection Act)은 75채 이상의 단독주택을 소유한 기업에 1채당 1만 달러의 연간 수수료를 주택신탁기금에 납입하도록 했다. 이 자금은 향후 일반 가정이 주택을 매입하려 할 때 계약금 지원에 사용된다.
미국 의회에서 이런 법안이 제출되는 것은 그만큼 헤지펀드들의 주택시장 잠식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 취재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시 주택의 17%가 헤지펀드에 넘어갔다. 이들은 현금으로 주택을 사들여 모기지(주택담보대출)에 의존해야 하는 일반 가정들은 경쟁이 되지 않았다.
코어로직에 따르면 올해 6월 매각된 단독주택의 26%가 헤지펀드에 넘어갔다. 주택시장이 둔화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월가 자본의 주택매입은 여전히 활발했던 셈이다.
국내에서는 이와는 다른 방향의 법 개정이 추진 중이다.
올해 초 국토교통부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부동산시장 정상화를 위해 분양권 전매제한과 수도권 분양가 상한제 주택 등에 적용되는 실거주 의무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두 규정은 주택 청약기회를 실거주자에게 먼저 제공하기 위해 도입된 것으로 대표적인 주택투기 방지 장치다.
정부는 집값 급등기에 도입된 과도한 규제를 정상화하고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통해 국민 주거 안정을 도모하겠다고 폐지 이유를 밝혔다.
이중 전매제한은 주택법 시행령 개정으로 지난 3월 시행됐지만 실거주의무는 주택법을 개정해야 하는 탓에 국회의 동의를 얻지 못해 아직 시행되지 못했다.
지난 19일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임시국회에서 처리되도록 논의를 서둘러 달라”고 당부했지만 야당의 반대입장이 명확해 연내 처리는 불발될 것으로 예상됐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 대표는 지난 22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전화 인터뷰에서 “투기수요를 그대로 인정해주는 꼴”이라며 “절대로 반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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