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정부가 급증하는 가계부채 문제가 우리 경제에 막대한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고 보고 부채의 양적·질적 개선을 도모하기 위해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내년부터 본격 도입하기로 했다.
고금리 기조 속에서도 증가세를 지속하는 가계부채가 향후 국내 경제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지적과, 변동금리 선호 현상 탓에 차주들의 금리변동 리스크가 급격히 커진 점을 모두 반영한 조치다.
◇ 고금리에 상환부담 커져…기존 DSR 한계 보완
금융위원회는 내년 2월 26일부터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을 대상으로 미래 금리변동 위험을 반영하는 스트레스 DSR 제도를 적용할 계획이라고 27일 밝혔다.
우선 은행권 주담대에 적용될 예정인 스트레스 DSR은 내년 중 전 금융권의 전체 대출로 확대된다.
정부가 스트레스 DSR 카드를 꺼내든 데는 고금리 국면으로 전환하면서 기존 DSR 방식이 한계를 드러낸 탓이다.
가계부채 관리 수단인 DSR은 ‘상환 능력 범위내에서’ 차주에게 대출을 해 주는 것이 원칙인데, 현재의 제도는 미래 금리변동 위험을 전혀 반영할 수 없다는 점이 문제로 지목됐다.
기존 DSR은 대출 취급시점의 금리를 기준으로 차주의 연간 원리금 상환부담을 산정·반영한다.
이는 대출 실행 이후 금리가 상승할 경우 변동금리 대출을 이용한 차주의 경우 DSR 규제 수준을 넘어서는 상환부담을 지게 된다는 의미다.
스트레스 DSR 제도도 이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됐다.
DSR 적용시 ‘과거 5년내 최고 대출금리와 현시점 금리간 차이’를 기준으로 가산금리를 적용, 향후 금리가 급격히 튈 것에 대비해 일종의 ‘완충지대’를 만들겠다는 의미다.
아울러 당국은 변동금리 쏠림 현상을 완화하는 데도 이번 스트레스 DSR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존 DSR은 미래 금리변동에 대한 리스크를 사전에 반영하지 않았던 만큼, 당장 이자비용 부담이 덜 한 변동금리를 선택하는 차주들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실제로 지난해 말 기준 국내 고정금리 대출 비중은 24.7%에 불과하다.
주요 선진국들의 고정금리 비중이 90% 안팎인 것과 견주면 상황이 완전히 다른 셈이다.
◇ 대출한도 축소 불가피…장기 고정금리엔 인센티브
정부는 스트레스 DSR 도입으로 가계부채 축소는 물론, 고정금리 확대로 가계부채의 질적 개선도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금융당국은 금리변동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선 전체 대출 내 고정금리 비중을 늘리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국내 시중은행들의 고정금리 대출 비중이 80%가 넘는다는 입장이지만, 이는 5년 고정 후 변동금리로 전환하는 혼합형 비중을 포함한 점이 반영된 숫자라는 게 당국의 입장이다.
당국은 통상 30년 만기가 주를 이루는 주담대에서 초기 5년간을 고정금리로 묶어두는 혼합형 대출은 사실상 변동금리 성격이 짙다고 보고 있다.
미국과 프랑스 등 고정금리 대출 비중이 90%에 육박하는 국가의 경우엔 고정금리 대출 전체가 순수 고정금리 상품이다.
이는 30년가량의 대출 기간 모두가 고정금리로 구성돼 금리변동 리스크가 사실상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정부 또한 이를 고려해 이번 스트레스 DSR 제도 하에서 대출별로 인센티브를 차별화하는 방식을 택했다.
변동형에 가장 보수적인 가산금리가 적용돼 한도가 낮고, 반면 혼합형과 주기형을 택할 경우엔 대출한도가 보다 늘어나는 방식이다.
내년 하반기 스트레스 금리를 0.75%로 가정했을 경우, 연소득 1억원인 차주라면 변동형을 기준으로 6억400만원의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이는 기존 DSR 대비로는 5천400만원가량 줄어든 수치다.
5년 고정 혼합형의 경우엔 대출액이 변동금리 대비 2천만원 늘어난 6억2천400만원으로 확대된다. 10년 고정의 경우엔 6억3천500만원, 20년 고정의 경우엔 6억4천600만원으로 늘어나는 식이다.
주기형 대출로 가면 대출한도는 더 늘어난다.
주기형 대출은 5년이나 10년, 20년 등 주기별로 바뀐 금리를 반영해 고정금리로 자금을 빌려주는 구조다.
같은 기준을 적용할 경우 5년 주기형을 택한 차주는 6억4천만원을, 20년 주기형은 6억천200만원의 대출한도를 확보할 수 있다.
순수 고정금리의 경우 스트레스 DSR 자체가 적용되지 않는다.
스트레스 DSR의 경우 금리변동 리스크를 사전에 적용하자는 것이 도입 취지인데, 순수 고정의 경우 금리변동 리스크가 없는 만큼 적용에서 제외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순수 고정금리가 제일 안정적이긴 하지만 국내에선 정책 모기지 외엔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라며 “금리변동 리스크를 줄이는 차원에선 변동형보다는 혼합형이, 혼합형보다는 주기형 대출이 더 안정적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순수 고정금리가 주택금융공사 상품에만 적용되는 것엔 문제가 있는 만큼 이번 DSR 제도 개선에서는 고정금리 비중을 늘리는 대출 상품에 대해 인센티브를 주는 것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며 “향후에도 대출상품의 질적 개선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j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