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 수익 둔화 조짐에 비이자 부문 강화
외환시장 선진화 대비…新 수익원 모색
(서울=연합인포맥스) 이수용 기자 = 은행권들이 비이자 이익 강화를 위해 자본·자금시장 조직을 확대하고 나섰다.
올해 경기 불황에 따라 이자 수익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그 어느해보다 트레이딩 및 자금운용 능력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또한 외환시장 선진화 등 자본시장 부문 내에서 새로운 변화가 나타나는 등 조직 정비를 통해 수익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비이자 이익 제고’…자본시장 힘준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은행들은 연말 조직개편을 통해 자본시장 조직을 확대 개편하면서 역량 강화를 꾀했다.
신한은행은 자본시장 관련 조직의 연결성을 강화하기 위해 자본시장부문을 신설했다.
자본시장부문 산하엔 GIB그룹과 자본시장단을 배치해 자본시장 영역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IB부문과 운용부문을 연계해 새로운 사업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한 것이다.
신한은행은 김상근 자본시장단 그룹장과 정근수 GIB그룹장을 연임시켜 경영 연속성을 확보했다.
국민은행은 기존 자본시장그룹을 자본시장사업그룹으로 개편했다.
KB금융지주는 계열사 영업 현장에서의 빠른 판단이 가능하도록 지주 내 사업 부문을 줄였다.
이에 자본시장부문이 없어졌고, 국민은행 등 계열사 중심의 현장 영업 체제로 변경되면서 은행의 사업 영역을 분명하게 한 셈이다.
국민은행은 신임 자본시장사업그룹장으로 채권운용본부장을 역임했던 이성희 부행장을 선임했다.
하나은행은 1975년생 조범준 채권운용팀장을 자금시장그룹장 및 자금시장본부장으로 승진시키고, 우리은행은 지주에서 사업 포트폴리오 업무를 총괄하던 김건호 미래사업추진부문 상무를 자금시장그룹장으로 선임하는 등 인적 쇄신을 단행하기도 했다.
은행권이 자본시장 관련 조직을 새로 정비한 것은 수익성 때문이다.
올해는 누적된 고금리 부담으로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이자 부문 수익성이 하락할 가능성이 커졌고, 그간 ‘이자 장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면서 이자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또한 경기 둔화 이슈로 주요국 금리 인하 가능성도 커지면서 자본시장 부문의 시장 대응력이 중요해졌다.
이에 따라 추가적인 금리 하락으로 인한 채권 평가이익과 변동성을 활용한 트레이딩 수익 등 자본시장부문에서 수익성을 제고할 기회가 커진 셈이다.
은행들도 트레이딩 리스크를 확대하거나 듀레이션을 늘리는 등 금리 하락에 대비하고 있다.
한 은행권 자금시장 관계자는 “금리 변동 등 올해는 시장의 포인트를 잘 보고 상황에 맞게 빠르게 대응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은행 전체적으로는 비이자 수익 비중에 대한 기대가 커진 만큼 수익을 잘 내야 한다”고 말했다.
◇외환·채권서 새로운 수익원 기대도
은행들은 자본시장 관련 부문 정비를 통해 트레이딩과 평가 이익 외에도 새로운 사업 영역에 대한 기대도 드러냈다.
특히 올해 7월부터 외환시장 선진화 방안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은행권은 이에 대한 수익 모델을 찾아가고 있다.
외환시장 선진화가 시행될 경우 해외 소재 외국 금융사가 국내 은행 간 시장에 참가할 수 있게 되고, 개장 시간도 런던 금융시장 마감 시간인 한국 시간 기준 새벽 2시까지 연장되게 된다.
외환시장 선진화에 대비해 하나은행의 경우 자금시장그룹 내 FX플랫폼부를 신설하기도 했다.
외환 시장 운영시간이 연장되면서 비대면 거래 대응 등 사전적으로 관련 거래 체계를 구축해 이용자를 늘리고 수익 확대를 추구하고자 한 것이다.
국민은행에서도 외환 부문 전문가인 이성희 부행장을 통해 자본시장 변화에 대응하고자 했다.
이 부행장은 JP모건 서울지점장 출신으로 오랜 기간 FX시장에서 활동하면서 외환 시장 제도에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민은행도 작년 외환거래 플랫폼인 KB Star FX를 가동하는 등 외환 시장 부문에서 수익 확대를 꾀하고 있다.
한편,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에 대한 기대도 남아있는 상황이다.
작년 편입이 불발되긴 했으나, 외환시장 거래 개선 등 정부가 WGBI 편입 요건을 점차 갖추면서 채권시장 확대에 대한 대응 방안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은행이 채권과 외환 시장에서 주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거래 확대 및 관련 자본시장 플랫폼 이용자 증가는 놓칠 수 없는 수익원이다.
특히 국내 시장 확대로 해외 금융사의 거래가 유입될 경우 글로벌 자본시장 영업 경쟁에서 도약할 기회가 된다.
다른 은행권 임원은 “올해는 자본시장 영업 부문에서 새로운 기회를 계속 모색하는 준비를 하는 해가 될 것”이라며 “외환 선진화 및 WGBI 편입 관련 해외 자금 유입을 어떻게 잘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sylee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