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사실상 ‘피벗(pivot·통화정책 전환)’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작년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완화적 스탠스를 보인 데 따른 것이다. 올해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폭이 100bp 이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정도다.
시장 참가자들의 성급한 피벗 관측에 줄곧 선을 그어오던 연준이 급격하게 입장을 바꾸자 시장에선 여러 관측이 쏟아지고 있다. 연준이 물가 상승 압력이 완화되는 등 경제 상황의 변화에 맞춰 시장의 금리 방향성에 대한 기대감을 조정하려 했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해석이다.
연준은 12월 FOMC 당시 발표한 경제 전망에서 작년 말 PCE 가격지수 전망치를 2.8%(중간값)로 제시해 기존의 3.3%에서 크게 내렸다. 올해와 내년은 각각 2.4%와 2.1%로 제시해 기존의 2.5%와 2.2%에서 하향 조정했다. 연준의 목표치인 2%에는 2026년에 도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준 위원들은 점도표를 통해선 내년 기준금리 중간값을 이전 수치인 5.1%에 비해 50bp 낮은 4.6%로 제시했다. 이는 현재 금리(5.25∼5.50%) 대비 세 차례 정도의 25bp 금리 인하를 반영한 수준이다.
12월 FOMC에서 나온 파월 의장의 비둘기파적인 발언, 즉 “기준금리가 고점 부근에 도달했다”는 언급이 연준 전체의 분위기를 제대로 반영한 것이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와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은 총재 등 연준 내 비둘기파로 꼽히는 인물들이 파월 의장의 발언에 견제구를 날린 것이 이를 잘 드러낸다.
보스틱 총재는 지난달 19일 애틀랜타의 한 행사에 참석해 “연준은 내년에 2회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며 첫 번째 금리 인하 시점을 내년 3분기로 예상했다. 굴스비 총재는 같은 날 한 외신과 인터뷰에서 “향후 정책 결정의 중요한 요인은 정치 또는 시장이 아니라 인플레이션 진정 여부가 될 것”이라며 “(폭등세를 보인 주식시장이) 앞서 나갔다”고 지적했다.
연준이 금리 인상의 누적에 따른 ‘균열’을 감지했고, 이에 따른 ‘충격’을 피하기 위해 금리 인상 중단과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견해도 있다. 시장 참가자들은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미국 내 대출 증가율 하락 여부를 주목하고 있다. 작년 1분기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당시엔 대출 총액이 전 분기 대비 줄어들기도 했다. 은행들의 경영 성과나 건전성에 문제가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연준의 의도와는 상관 없이 이미 시장은 기준금리의 향후 행보와 관련해 연준보다 더 낮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올해 예정된 FOMC에서 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은 1월 15.0%, 3월 84.7%, 5월 99.7%, 6월 100%, 7월 100%, 9월 100%, 11월 100%, 12월 100%로 집계됐다.
12월 FOMC는 ‘글로벌 자본시장의 산타’ 그 자체였다는 촌평이 나온다. 연준이 ‘매’에서 ‘비둘기’로 전환하는 과정이 예상보다 빠르고 강했고, 그 결과 시장이 폭주했다는 의미다. 새해에는 각종 경제 지표와 연준 인사들의 발언을 통해 시장 참가자들의 기대치를 조정하는 과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올해 첫 FOMC는 미국 현지 시각으로 1월 30일부터 31일까지 이틀간 열린다. (국제경제·빅데이터뉴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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