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박준형 기자 = 국내 기업들이 연초 효과를 노리며 본격적인 회사채 발행 준비에 나서고 있다.
연내 금리 인하가 예상되면서 회사채 발행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됐지만, 한편으로는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재무 개선 작업) 신청이 불을 지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는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다.
다만, 당국의 금융시장 안정 의지를 미루어 보았을 때 현재로서는 태영건설 사태가 기업들의 연초 사채 발행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총 2천억원의 자금조달을 위해 회사채 수요예측을 준비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트렌치를 2년물, 3년물, 5년물로 구성했다.
조달 자금 전량은 오는 4월 만기 도래하는 2천600억원 규모의 공모 사채 상환에 활용될 전망이다.
수요예측이 흥행에 성공하면 최대 4천억원까지 증액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증액 물량 역시 공·사모 사채 상환에 활용된다.
연합인포맥스(화면번호 4207)에 따르면 올해 만기를 맞는 일반 회사채는 총 69조8천596억원에 달한다. 올해 1분기에만 28.0%인 19조5천668억원 규모가 몰려있다.
‘역대급’ 발행 기록을 쏟아냈던 지난해 만기 물량인 58조5천978억원보다 11조원 이상 많은 수준이다.
지난 팬데믹 이후 장기금리가 치솟자 기업들이 만기가 짧은 1년~3년짜리 채권 발행을 늘린 결과다.
이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시작으로 롯데쇼핑(AA-), 신세계(AA), LG유플러스(AA), CJ제일제당(AA), KCC(AA-) 등 우량한 신용등급을 갖춘 많은 기업이 후속 타자로 대기하고 있다.
다행히 시장 환경은 우호적이다.
지난 2일 기준 3년 만기 회사채 ‘AA-‘ 등급의 금리는 3.987%다.
지난해 4분기 최고 85.0bp까지 벌어진 신용등급 ‘AA-‘ 3년물 회사채 금리와 동일 만기 국고채 간 스프레드는 전일 74.2bp까지 좁혀졌다.
그러나 지난달 말 태영건설이 메마른 유동성을 견디지 못하고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연초 회사채 시장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사태가 그간 곪아있던 부동산PF의 잠재적 부실을 터뜨릴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금까지 드러난 태영건설의 PF 보증채무 규모는 9조원을 넘겼으며, 채권단은 400여곳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지난해 말부터 크레디트물 발행이 없어 즉각적인 심리를 가늠할 수 없는 상황으로, 결국 여러 수요예측 결과를 확인하기 전까진 불확실성을 안고 갈 수밖에 없다.
다만, 시장 관계자들은 과도한 우려를 경계하고 있다.
김상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큰 틀에서 시스템적인 교란 현상이나 신용경색이 나타날 가능성은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태영건설 사태는 무리하게 PF 시행사업을 확대한 개별 회사 특유의 요인에 기인하는 측면이 크다”라며 “당국이 구조조정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긴 했으나,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해치는 정도까지 나아가는 것을 경계하고 있는 기색이 뚜렷하다”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건설업과 관계없는 업종이나 건설업체 중에서 PF 보증이나 자금보충 약정이 적은 기업들은 크게 영향이 없을 것”이라며 “당국의 PF 구조조정 대책이 나온다면 시장은 빠르게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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