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박경은 기자 = 국내 주요 신용평가사가 증권업계의 수익성을 주시하고 있다. 부동산 PF 리스크와 더불어 수익성 악화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중소형급 증권사는 이미 신용등급 또는 등급 전망 하향의 기로에 놓였다.
3일 나이스신용평가는 다올투자증권(A, 안정적)과 SK증권(A, 부정적)을 신용등급 모니터링 대상으로 올렸다.
고금리 장기화 상황이 ‘뉴노멀’로 자리 잡으면서, 업종 내 수익성 차별화가 심화하고 있어 경상적 수익성이 저하된 곳들을 살펴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먼저 다올투자증권의 경우 주 수익원이었던 부동산 PF 사업 위축으로 수익성에 타격을 받았다.
올해 3분기 말까지의 실적을 살펴보면, 순이익은 936억원, 총자산수익률(ROA)은 2.9%로 전년 같은 기간 828억원의 순이익(ROA 2.2%)을 낸 것보다 지표는 개선됐다.
다만 나이스신평은 이러한 수익성 지표 개선이 영업활동을 통해 이뤄진 것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했다. 다올투자증권은 지난해 다올인베스트먼트를 우리금융지주에 매각하며 1천400억원가량의 처분 이익을 반영한 바 있다.
나이스신평은 “부동산 PF 외 사업 부문의 수익창출력이 열위해 향후 수익성 개선의 가능성이 높지 않다”며 “지난해 결산 실적 확인 후 등급 전망 조정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한국기업평가의 경우 지난 11월 말 다올투자증권의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나이스신평과 마찬가지로 대손비용 확대와 IB 수익 급감으로 경상적 수익성이 크게 저하된 점을 변경 원인으로 꼽았다.
올해 3분기 말 다올투자증권의 IB 수익은 26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5% 급감했다. 대규모 인력 감축을 통해 엄격한 비용 통제 기조를 보이고 있으나, 대출채권 매각과 평가손실 확대, 조달비용 증가 등으로 영업수익은 전년 동기 대비 1천600억원가량 급감했다.
다올투자증권은 올해 2~3분기 총 650억원 규모의 공·사모 사채 상환을 앞두고 있다. 내년 3월까지 수익성이 개선되지 않아 등급 전망이 주요 신평사에서 모두 하향 조정될 경우, 공모채 발행을 통한 차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황준호 대표는 전일 발표한 신년사를 통해 투자은행(IB) 부문에서도 안정적인 프로젝트 중심의 영업을 시작하겠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두 자릿수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아울러 나이스신평은 SK증권의 수익성 흐름을 살펴본 뒤, 신용등급 또는 등급전망 조정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SK증권은 2022년 44억원에 그치는 별도 기준 순이익을 거두며 실적 급감을 겪었다. 위탁매매와 상품운용에서의 성과가 급감한 영향이다. 아울러 대손충당금 확대 등 일회성 비용까지 늘어나면서 2022년 중 두 분기 순손실을 내기도 했다. 등급 전망 하향 조정 기준으로 꼽히는 총자산이익률(ROA) 0.5%도 큰 폭 하회하면서 신용등급이 흔들렸다.
다만 지난해 들어 수탁수수료 증가와 자기매매운용부문 흑자 전환에 힘입어 수익성이 다소 개선된 상황이다. 지난해 0.2% 수준이었던 ROA는 올해 3분기 말 기준 0.6%까지 올라 등급 하향 조정 트리거를 넘어섰다.
또한 SK증권은 약점으로 지적받아 온 고정비 감축을 위해 조직 효율화를 꾀하고 있다. SK증권은 올해 정기 임원 인사와 함께 시행한 조직개편으로 기존 9개 사업부를 6부문으로 축소하고, 30본부를 20본부로, 10실에서 7실로 개편했다.
기존 사업부·부문 체계를 단일 부문 체계로 개편하고, 비슷한 역할을 하는 조직을 합쳐 업무 간 효율성을 높였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중소형 증권사의 신용등급과 그 전망이 하향될 수 있다는 것은 주요 신평사가 업계 리포트를 통해 알려온 내용”이라며 “해당 증권사는 자금 조달 과정에서 쉽지 않은 상황에 놓이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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