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필중 한상민 기자 = 손실 가능성이 커진 해외 부동산 펀드의 만기 재연장을 위해 업계가 '리파이낸싱 펀드'를 건의했지만, 출자 의사를 밝힌 곳이 없어 결국 무산됐다.
민간 차원에서 개별 펀드를 조성해 급한 불을 끌 수밖에 없는 상황이나, 이마저도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분위기다.
4일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은 전일 열린 '2024년 범금융 신년 인사회'에서 리파이낸싱 펀드와 관련해 “공적으로는 이해관계가 첨예해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부동산 문제와 무관한 다른 기관에서 협조받기가 어려운 부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이해관계도 서로 달라 민간에서 해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사실상 무산의 뜻을 밝혔다.
작년 하반기부터 해외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자 관련 펀드 투자자들의 피해 역시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 대안으로 제시된 게 리파이낸싱 펀드다. 부동산 경기가 회복될 때까지 대출 만기를 연장할 펀드를 조성한다면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일부 자산운용사와 증권사, 시중은행이 리파이낸싱 펀드 조성 건의안을 금융투자협회에 제출했으나, 선뜻 출자에 나서는 기관은 없었다. 대부분의 기관도 해외 부동산에 투자해 출자 여력이 있는 상황이 아닐뿐더러, 부동산 경기가 언제 회복될지 여전히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금투협 관계자는 “출자를 한다고 해도 손실이 더 커질 수도 있어 의견이 모이지 않았다”며 “펀드와 관련된 이해 당사자끼리 모여서 협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공적인 성격이 없어 참여를 독려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리파이낸싱 펀드는 일부 공적인 성격도 담겨 있다. 리파이낸싱 조달을 민간에서 하기 어려우니, 정부 차원의 정책적 지원 혹은 관리가 이루어진다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게 리파이낸싱 펀드다.
부동산 펀드 손실로 인해 투자자가 피해를 볼 순 있지만, 연쇄 부도 등 경기 침체 트리거로 나아갈 가능성은 적어 명분 역시 약한 상황이다. 재작년 레고랜드 발 단기자금시장 경색으로 채권시장안정펀드가 조성된 것과는 경우가 다른 셈이다.
결국 전체 해외 부동산 펀드가 아닌 개별 펀드에 대해 출자하는 민간 펀드 조성이라는 선택지만 남게 됐다. 다만 이 역시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펀드 구조 특성상 대출채권 형식으로 고금리를 받을 수 있지만, 부동산 가격 하락이라는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자산운용사 한 관계자는 “해외 일부 지역은 반등하기 시작했으나 확실하게 담보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리스크가 있다고 시장은 보는 것 같다”며 “민간 펀드 자금으로 갈아 끼워 넣는다고 해서 사정이 더 나아질지 아직 확신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해관계 일치 역시 관건으로 꼽힌다.
자산운용사 다른 관계자는 “기존 리파이낸싱 펀드는 이해관계가 일치되기 어려웠다. 출자 기관 입장에서도 그룹 운용사가 운용했던 펀드를 먼저 살리고 싶어 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면서 “이해관계가 맞는 금융그룹끼리는 민간 펀드를 조성할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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