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최후통첩에도 태영 자구안 안 내…워크아웃 무산 가능성↑
금융당국, 내일 금융지주 임원 소집 PF 시장 점검회의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채권단이 추가 자구안을 내놓을 것을 압박한 가운데 제출 시한인 7일까지 태영그룹이 '행동'을 보이지 않으면서 정부의 '결단'도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은 태영건설에 대한 지원과 경영정상화를 추진하기 위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의 선결 조건으로 태영그룹과 오너 일가의 강도 높은 자구책을 요구한 상황이지만, 태영그룹은 꿈쩍도 안 하고 있다.
채권단과 함께 정부도 태영그룹의 이러한 태도에 상당한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다만 디데이인 7일까지 태영그룹이 막판 변화의 모습을 보일지를 두고 일단 지켜보고 있다.
당초 이번 주말 열릴 것으로 예상됐던 경제·금융·통화당국 간 최고위급 협의체인 'F4 회의'는 8일 오전에 개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자정까지 태영그룹이 행동하지 않을 경우 8일 열릴 F4 회의에서 태영건설 워크아웃 여부에 대한 정부의 사실상 최종 입장이 정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서도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 등은 공식, 비공식 협의 채널을 열어 두고 실시간으로 상황을 체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내일 'F4 회의' 태영건설 구조조정 분수령 될 듯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8일 오전 F4 회의를 열어 태영건설 워크아웃 여부에 대한 입장을 조율할 예정이다.
지난 5일 열린 F4 회의에서는 관련 사항에 대한 동향 등을 점검하고, 채권단과 태영그룹 간 협의 내용을 공유했지만, 채권단이 이번 주말까지 자구안 제출에 대한 말미를 준 만큼 일단 지켜보자는 선에서 회의를 마무리한 상태다.
하지만 이날까지 태영그룹이 별다른 변화의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고 있어 채권단은 물론 정부 측의 입장도 상당히 격앙된 상태로 변하면서 워크아웃 개시 가능성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8일 열리는 F4 회의는 사실상 태영건설의 구조조정 방향이 워크아웃이 아닌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로 전환하는 분수령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주현 위원장과 이복현 원장은 태영그룹 계열주(오너 일가)의 책임 있는 행동과 함께 채권단 지원을 받기 위한 전제 조건으로 강도 높은 자구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다.
그러면서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도 거론하면서 압박 수위를 높여왔다.
오는 11일 워크아웃 개시 여부를 가름할 채권단 협의회가 열릴 예정인 만큼 이번 주말까지는 채권단이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의 현실성 있는 자구안을 가져오라는 게 금융당국의 일관된 입장이다.
그런데도 태영그룹이 추가적인 자구안을 주저할 경우를 대비해 당국은 법정관리로 가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한 대비에도 들어갔다.
이 원장은 지난 4일 기자단 신년 인사회에서 “11일이 지나서도 이 이슈를 끌고 갈 것이라고 기대하면 그것은 아니다”며 “11일에는 어떻게든 끝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는 11일 예정인 채권단 협의회 전에 설득력 있는 자구안이 나오지 않을 경우 추가적인 시간을 부여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이 원장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자금을 태영건설에 지원하겠다는 약속도 지켜지지 않은 데다, 금융채권으로 인식해 외담대 상환에 나서지 않았던 문제점 등을 모두 거론하며, “태영건설이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을 언급했는데, 자기 뼈가 아니라 남의 뼈를 깎는 노력이 아닌지 채권단에서 의심하고 있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이후 김 위원장도 “태영건설을 살리려는 의지가 있다는 믿음을 채권단에 줘야 한다. 채권단이 봤을 때 워크아웃을 해볼 만하다는하다는 판단이 되는 그런 방안을 태영이 빨리 제시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채권단은 최후통첩…”890억 우선 지원 없으면 워크아웃 없다”
채권단 태영그룹을 향해 사실상 최후통첩을 날린 상태다.
채권은행은 계열주와 태영그룹이 워크아웃 신청 시 제출한 자구 계획을 이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워크아웃 신청 때 확약한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중 미이행분 890억원을 즉시 지원해야 한다”며 “에코비트 매각 및 매각대금 지원, 블루원 담보 제공 및 매각, 평택싸이로 담보제공 등도 즉각적으로 실행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아직 태영그룹은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이날 자정이나, 늦어도 내일 새벽까지를 태영그룹이 추가 자구안을 제시할 수 있는 마지막 기한이라고 보고 있다.
일단 태영그룹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자금 890억원을 전날까지도 태영건설에 지원하지 않은 상태다.
에코비트 매각 추진과 대금 지원, 블루원 지분 담보 제공 및 매각 추진, 평택싸이로 지분 담보 제공 등 남은 3가지 자구안 이행과 관련해서도 이사회 결의가 없었다.
채권단에서는 이 문제를 우선하여 처리하지 않는다면 채권단 동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이 재개된 데다 총선 이슈까지 겹치면서 워크아웃을 통해 마무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며 “다만, 최근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이슈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향후 악용될 가능성이 있는 선례를 만드는 것을 더 큰 부담 요인으로 보고 원칙을 고수하려는 분위기가 더 우세한 것 같다”고 전했다.
◇ 태영건설발 줄도산 대비…당국 내일 PF 점검 회의
이처럼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무산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금융당국은 향후 부동산 PF 문제가 확산할 것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돌입했다.
금융당국은 오는 8일 여의도 산업은행에서 주요 금융지주 PF 담당 임원들과 은행연합회 관계자들을 소집해 부동산 PF 현황 및 대응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최근 여러 건설사가 유동성 확보 노력을 공개하며 '제2의 태영건설'이 될 것이란 전망에 선을 긋고 있지만, 워크아웃이 불발될 경우 시장 분위기가 급속도로 냉각될 가능성을 대비하려는 차원이다.
이미 신용평가사들 또한 건설업계 대한 우려를 내놓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주요 건설사들 가운데 롯데건설(212.7%)과 현대건설(121.9%), HDC현대산업개발(77.9%), GS건설(60.7%), KCC건설(56.4%), 신세계건설(50.0%) 등이 작년 9월 말 기준 자기자본 대비 PF 보증 규모가 50%를 넘었다고 지적했다.
주요 건설사들이 올해 만기를 맞는 회사채 규모가 약 2조3천700억원 수준인 점도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다.
j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