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커버드본드 만기…금리 하락 전망에 리스크 부담
(서울=연합인포맥스) 이수용 기자 = 은행권이 원화 커버드본드 발행을 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금융당국이 고정금리대출 확대를 주문하면서 원화 커버드본드 시장 활성화도 주문하고 있지만, 현재 금융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실효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어서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SC제일은행은 작년 등록했던 원화 커버드본드 발행 프로그램을 취소했다.
당초 SC제일은행은 작년 4천억원 규모의 원화 커버드본드 발행을 계획했으나 금융시장 상황이 우호적이지 않고 주택담보대출 규모도 크지 않아 이를 발행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은행들은 지난 2021년 SC제일은행의 발행을 마지막으로 원화 커버드본드를 발행하고 있지 않다.
지난 2019년 국민은행이 5년 만기물을 처음 발행한 이후로 SC제일은행과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이 원화 커버드본드를 발행해왔다.
오는 5월부터 첫 원화 커버드본드 만기가 다가오고, SC제일은행도 차환 발행을 하지 않기로 하면서 커버드본드 잔액 규모는 줄어들 전망이다.
최근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제도 도입 등 금융당국이 은행들에 장기 고정금리 대출 확대를 주문하고 있지만 원화 커버드본드 발행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은행들은 가장 큰 변수로 금리를 꼽는다.
고정금리 대출을 늘릴 경우 자산부채관리(ALM)를 관리하기 위해 커버드본드와 같은 장기물을 발행해야 하는데,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피벗 가능성에 금리 하락 전망이 강해지면서 원화 커버드본드를 발행할 유인이 줄어들었다.
은행은 장기물을 발행할수록 향후 금리 하락에 따른 리스크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또한 일반 은행채 발행도 원활하게 진행되면서 굳이 고정금리 대출을 위해 커버드본드를 활용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다만, 일부 은행들은 당국의 고정금리 대출 확대 방침에 더해 올해부터 만기가 돌아오면서 원화 커버드본드 발행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과거 원화 커버드본드가 대거 발행됐을 당시, 금융당국이 커버드본드 발행액 일부를 예수금으로 인정하는 등 예대율 산정 메리트를 제공했기 때문에 올해 이를 은행채로 전환하는 순간 커버드본드 규모만큼 예대율을 다시 관리해야 하는 것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ALM 측면에서도 주담대의 실제 듀레이션과 커버드본드가 안 맞는 측면에 있다”며 “중도상환수수료 패널티도 사라진 상황에서 자본 경제적가치 변화 등 금리 리스크에 대한 부담을 많이 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고정금리 대출 확대를 위해 예금보험료를 낮추는 등 인센티브 제공을 추진하고 있으나 금융 시장 상황이 어려운 측면도 있다”며 “금리 전망이 가장 중요하긴 하나, 이를 발행하지 않더라도 고정금리 대출 비중이 작아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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