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 올해 우리나라 외환시장은 지난 20여년간 유지해온 폐쇄적인 구조에서 벗어나 커다란 변화를 맞이할 전망입니다. 정부는 작년 2월 ‘외환시장 구조개선 로드맵’을 발표하며 “나라 밖과 연결되는 수십 년 된 낡은 2차선의 비포장도로를 4차선 매끄러운 포장도로로 확장하고 정비하고자 한다”고 포부를 밝혔습니다. 이에 연합인포맥스는 무엇이 달라지는지, 하반기 본격 변화를 앞두고 시장 참가자들은 어떻게 대비하고 있는지 등을 점검하는 기사를 4꼭지로 정리해 송고합니다.]
(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외환시장 선진화의 본격 시행이 6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하반기부터 해외 금융기관이 달러-원 거래에 직접 참여하고 개장 시간도 익일 2시로 10시간 반 늘어나는 등 외환시장이 대폭 달라질 전망이다.
전자거래 보편화로 시장 인프라도 선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법령 개정이 필요한 전자중개업무 도입 등은 아직 과제로 남아있다.
◇해외 금융기관 등장…대외 개방 준비 완료
외환당국은 상반기부터 여러가지 시범운영을 하고 있다.
당장 1월부터 해외외국환업무취급기관(RFI)이 서울외환시장에서 자유롭게 달러-원 거래에 나설 수 있게 했다.
스테이트스트리트은행(SSBT) 홍콩 지점과 런던 지점은 이미 RFI 인가를 획득했다. 시중은행인 하나은행과의 거래도 성공적으로 성사함으로써 거래 체결에도 문제가 없음을 확인했다.
RFI는 이달 중 추가 등록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RFI 등록 신청을 한 해외 금융기관은 열 곳 이상으로 전해진다. 신청부터 등록까지 한 달가량 소요되는 것을 고려하면 열 곳 이상의 RFI가 이달 중 등록이 완료될 수 있다.
◇개장시간 연장 대비…야간 실거래 테스트
대외 개방 준비에 이어 내달부터는 거래 시간 연장도 테스트한다.
2월부터 5월까지는 2회씩, 6월에는 4회에 걸쳐 실거래를 시험해본다. 각 은행이 동일 환율로 100만 달러씩 주고받는 식이다.
우선 2월부터는 달러-원 현물환 거래를 테스트하고 4월부터는 외환(FX) 스와프도 점검한다.
실거래 참여 기관은 거래 전 시범운영 계획서를 완성하고 거래 후에는 점검표를 당국에 제출한다.
거래 시간대는 최소 두 구간으로 나누어 시험한다.
런던 금융시장 개장 시간인 ‘오후 6시부터 자정까지’를 일차적으로 테스트하고 거래일 변경에 따른 혼선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자정부터 다음날 2시’의 거래도 추가로 점검한다.
외환당국은 원활한 테스트를 위해 시범운영 TF를 꾸려 보완 사항을 논의할 예정이다.
◇API 알고리즘 거래 활성화…대고객 전자중개는 아직
외환당국은 대외 개방, 개장 시간 연장과 더불어 선진수준의 외환시장 인프라를 구축할 것이라고도 밝힌 바 있다.
전자거래플랫폼(API, 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거래 도입과 대(對)고객 전자중개회사(Aggregator) 도입 등이 대표적이다.
API는 외국환은행이 대고객 실시간 호가를 제공하고 주문 접수시 자동 거래 체결 등을 가능케 하는 전자거래 인프라를 말한다. 기존에는 대고객 주문을 전화로 접수하고 은행 간 시장에서 별도로 거래를 체결하는 것이 보편적이었다.
글로벌 선진 시장에서는 이미 API가 보편화돼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 세계 외환 거래 중 API 전자거래 비중은 57.6%에 달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부터 전자 거래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
한 외국계 은행의 일일 API 거래량은 10억 달러를 웃돌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외환시장 하루평균 거래량에 10%에 달하는 수치다.
하나은행과 국민은행 등 국내 주요 시중은행도 이미 API를 활용하고 있다.
다른 시중은행들도 상반기 내 API 개발 및 고도화가 완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API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은 전자거래규약(API RuleBook)을 통해 방지하기로 했다.
기존의 달러-원 거래는 딜러가 중개사 단말기에 호가를 직접 입력해야 했으나 이제는 API를 통한 초고빈도 매매(High Frequency Trading)도 가능해졌다. 그만큼 시장 교란 행위가 발생할 위험도 커졌다.
외시협은 행동 규범을 개정해 전자거래 규약을 둘 수 있게 했다.
API로 인한 시장 불안이 생기지 않도록 ▲호가 최소 유지 시간 ▲1초당 호가 제시 횟수 ▲변동성 심화 시 API를 중단하는 사이드카 등을 적용할 예정이다.
만일 시장교란 행위가 발생한다면 신설한 ‘행동규범 자율준수 위원회’에서 조사하고 시정을 권고한다.
외환당국도 이상 거래·호가 감시 시스템을 구축해 교란 행위를 모니터링할 예정이다.
API 활성화와 달리 대(對)고객 전자중개회사(Aggregator) 도입은 아직이다.
전자중개회사 설립은 외국환거래법 개정이 필요하다.
정부가 지난해 11월 외국환거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하고 국회에 제출했지만 계류돼있는 상태다.
◇선진화 소통도 강화…마이크로 페이지 개설
외환당국은 환시 선진화에 발맞춰 소통도 강화하는 모습이다.
우선 한국은행은 홈페이지에 ‘외환시장 구조 개선 Portal’ 마이크로 페이지를 개설했다.
포털은 지난달 21일 외시협 총회에 맞춰 활성화됐다. RFI 등록·보고 절차 안내, 외시협 회칙과 환시 행동규범 개정 사항 등 안내 사항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관계 법령과 관련 보도자료도 보기 쉽게 정리했다.
당국은 마이크로 페이지를 올해 내에 추가로 개편해 접근성을 높일 계획이라고 전했다.
기획재정부도 이달 중 홈페이지 내 외환시장 구조개선 마이크로 페이지를 개설할 예정이다.
기재부는 RFI 인가 목록 공개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도은행 제도 개편…야간 시간 거래 활성화 촉진
외환당국은 야간 시간대 달러-원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선도은행 제도도 개편했다.
그간 현물환 양방향 거래 실적만 평가했으나 시장 호가 거래 실적도 인정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는 양방향 거래실적을 15%, 시장호가 거래 실적을 45%, FX 스와프 거래실적을 40%의 비중으로 각각 평가한다.
선도은행 수도 현행 6개에서 7개 이내로 늘어난다.
외환당국은 야간 시간대 시장 조성이 긴요한 점을 고려해 선도은행 수를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선도은행은 이달 초에 발표된다.
선도은행에 선정되면 외환 건전성 부담금을 감면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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