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홍예나 기자 = 이달 13일 치러진 제16대 대만 총통 선거에서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의 친미·독립 성향 라이칭더 후보가 당선되면서 양안 긴장이 앞으로 더 강화될 것이라는 점이 확실해졌다고 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라이 후보가 승리하면서 민진당은 전례 없이 3연속으로 집권하게 됐다. 3파전으로 치러진 이번 대선에서 민진당의 득표율(40.05%)은 국민당과 양자 대결이었던 2020년 대선(차이잉원 현 총통 당선·57.13%)에 비해 줄었으나 여전히 대만 여론은 중국과의 긴밀한 관계나 정치적 연합에 부정적이라는 점을 확인시켜줬다.
미주리 컬럼비아 대학의 역사학자인 도미니크 양은 “대만인들이 중국과의 통일을 받아들이도록 유도하기 위해 중국 공산당이 오랫동안 경제적 통합을 시도해왔으나 이는 극적으로 실패했다”며 “중국 당국은 전 세대의 대만인들이 공산당을 멀리하게 할 만한 많은 일을 해왔다”고 평가했다.
아카데미아 시니카의 우제민 연구원은 “최근 몇 년간 중국이 홍콩의 정치적 자유를 억압하는 과정을 지켜봤기 때문에 더 많은 대만인은 통일이나 현상 유지보다는 독립을 해야만 장기적인 미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당국이 더 이상 대만의 공식적 독립을 향한 추세를 막을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 이를 방지하기 위해 군사적 수단을 고려하게 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양 교수는 “역사적 기억 관점에서도, 당의 정통성 관점에서도 대만을 놓아주는 건 중국의 선택사항에 없다고 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따라서 중국 당국은 반발 위험에도 불구하고 대만에 압력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선거 결과에 대한 중국의 반응은 당국이 대만 정책을 재고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여줬다.
중국의 대만 담당 기구인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천빈화 대변인은 라이 후보 당선이 확정되고 “이번 대만 지역의 두 선거(대선과 총선) 결과는 민진당이 섬(대만) 안의 주류 민의를 대표하지 못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천 대변인은 “결국 조국이 통일될 것이라는 전반적 추세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WSJ은 중국이 이같이 강경한 입장을 내놓으면서 대만의 주요 방위 파트너인 미국이 중국 당국에 대한 비난을 내놓아 미·중 관계가 다시 하강 국면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관측했다.
2016년 민진당 대통령 당선에 중국 당국은 대만과의 공식적인 대화를 단절하고 경제적, 외교적, 군사적 측면에서 압박을 가한 바 있다.
정치 분석가들은 라이 후보 당선에 중국이 대만 방어선을 향한 군사 작전 등과 같은 ‘회색 지대’ 전쟁 조치를 강화할 수 있으며 양안 간 경제적 교류를 더욱 억제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중국 정부는 이미 2010년 국민당 정부와의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에 따라 합의된 무역 특혜를 파기할 계획임을 시사했다. 중국은 이달부터 대만으로부터의 특정 화학제품 수입 관세 인하 조치를 종료했다. 대만 총통 선거 며칠 전 중국 상무부는 기계 및 섬유 제품을 포함한 다른 상품에도 무역 특혜 폐기 조치를 확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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