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홍예나 기자 = 이달 13일 치러진 제16대 대만 총통 선거에서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의 친미·독립 성향 라이칭더 후보의 당선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미·중, 양안 간 갈등이 반도체 산업과 시장에 미칠 영향은 예상보다 제한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1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라이 후보의 당선으로 장기적으로는 양안 관계가 재정립될 것이나 단기적으로 시장에 나타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관측했다.
라이 후보는 당선 후 반도체 산업을 “세계 공통 자산”이라고 표현하며 대만의 칩 제조로 다른 국가도 혜택을 입을 수 있도록 보장할 책임이 있다고 언급했다.
라이 후보는 대만의 반도체 산업을 언급하며 계속해 발전을 지원하겠다고도 약속했다. 그는 “반도체 산업 발전은 사실 전 세계 노동 분업의 결과”라며 “따라서 대만뿐 아니라 중국 및 여타 국가도 반도체 산업 성취를 소중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간 투자자들은 중국 당국이 현 대만 총통인 차이잉원보다도 더 선호하지 않는 라이 후보가 총통으로 당선되면 이에 대한 중국의 보복 가능성 등이 세계 반도체 공급망과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중국이 민진당의 승리로 추가적인 경제 제재를 가한다 해도 보복 범위가 좁고 규모가 작을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 전문 리서치 업체 게이브칼의 옌메이 시에와 톰 밀러 애널리스트는 “중국이 무력으로 위협을 가하는 방안에 기대기 위해서는 라이 후보의 당선보다 더한 아주 공격적인 독립 담론과 같은 도발이 필요할 것”이라며 “투자자들이 하방 위험을 축소해 평가하고 상방에 포지셔닝을 하는 게 맞다”고 진단했다.
시에와 밀러 애널리스트는 “중국이 (대만에) 제재를 가할 수는 있으나 이 같은 움직임은 비교적 크지 않을 것이며 지난 몇 년간과 비슷한 수준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에와 밀러 애널리스트는 “대만의 주요한 칩과 기술 관련 상품에 대한 제재는 중국의 경제에도 고통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이전에도 제재가 없었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라이 후보의 정책이 차이 총통의 노선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이 같은 추세가 바뀌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스팀슨센터의 리처드 크로닌 연구원은 “대만은 글로벌 전략 산업인 칩 제조 산업을 지배하고 있어 국가 규모, 경제, 인구를 훨씬 뛰어넘는 지정학적 영향력을 갖고 있다”며 “중국이 칩 부족을 메우기 위해 대만에 의존하는 것을 ‘실리콘 실드(silicon shield)’라고 부르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중국이 대만의 주요 칩 제조 산업을 공격하게 된다면 중국 역시 큰 비용을 감수해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주요 외신은 중국 무역 관계에 대만 해협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중국이 대만에 노골적인 군사 행동을 할 경우 세계 경제가 10조달러 규모의 손실을 볼 수 있다고도 추산했다.
최근까지 대만 경제를 겨냥한 중국의 움직임은 단편적이었다. 그간 중국은 대만에 그루퍼 어류, 쿠키, 파인애플 등 수백 개 품목의 수입을 금지하는 조치를 취하기도 했으나 대만 경제에 큰 영향을 끼치는 조치는 아니었다.
중국은 지난 1월 1일 2010년 대만 정부와 맺은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에 따른 대만 수출품에 대한 특혜 관세 조치를 종료했다. 이후 대만 총통 선거를 앞두고 중국 상무부는 대만산 농산물, 생선, 기계, 자동차 부품, 섬유 등에도 특혜 관세 조치를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만 외무부는 중국 당국이 무역을 대만 선거를 조작하려는 무기로 사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글로벌 차이나 허브의 웬티성 연구원은 “선거를 불과 몇 주 앞두고 세간의 이목을 끌기 위해 나온 중국의 경제 제재 조치들은 실제로 대만의 선거를 결과를 바꾸려 했다기보다는 중국 내부의 여론을 위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ynh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