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박경은 기자 = 정은보 전 금융감독원장이 한국거래소 신임 이사장으로 새로운 출발대에 섰다.
금융위원회 관료 출신이라는 점에서는 역대 한국거래소 이사장과 크게 다르지 않으나, 금융감독원의 사령탑을 맡았던 인물이 한국거래소의 이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적은 없다는 점에서 눈에 띈다.
원칙에 따른 업무 카리스마를 보여준 정은보 전 원장이기에 한국거래소에서의 활약이 기대된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 이사 후보추천위원회(추천위)는 정은보 전 금감원장을 신임 이사장 후보로 단수 추천했다.
정 전 원장은 1961년생으로 대일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왔다. 재정경제부 시절 경제분석과장, 보험제도과장, 금융정책과장을 거쳐 기획재정부 국제금융정책관으로 지냈다.
금융위원회에서는 금융정책국장, 사무처장으로 활약했으며 이후 박근혜 정부 출범 당시 인수위에서도 활동한 바 있다. 이후 금융위 부위원장과 함께 증권선물위원장을 역임했다.
이후 2021년부터 금융감독원장에 임명돼 10개월간 금감원을 이끌어왔으며, 새 정부 출범에 따라 사의를 표명하고 보험연구원 연구자문위원을 맡아왔다.
정 전 원장은 지난 2020년 거래소 이사장 선임 당시에도 손병두 이사장과 함께 하마평에 오르기도 했다.
오랜 기간 경제관료로 활약해온 만큼 금융 정책과 국제금융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뛰어난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장 시절에도 업계와의 소통을 강조해 온 만큼, 향후 한국거래소에서 시장과의 좋은 합을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 전 원장 취임과 동시에 금감원의 감독·검사 체계를 개편하는 등 시장친화적인 행보를 보인 바 있다.
친(親) 시장 기조와 동시에, 정은보 신임 이사장은 업계에서 원칙주의자로 통한다. 2022년 정은보 당시 금감원장은 '퍼펙트 스톰'을 경고하며 은행권의 리스크 관리와 충당금 적립을 주문하기도 했으며, 증시 불공정거래에 대해 엄정한 조처를 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원칙주의에 입각한 꼼꼼한 업무처리 방식은 그가 이끄는 조직 운영에도 녹아들었다. 정 전 원장이 금감원장 취임 당시 임원 전원에 일괄 사표를 요구한 일화는 유명하다.
정 전 원장은 당시 연말 인사를 한 달가량 앞당기고, 전체 부서장(국·실장)의 90%를 교체하는 초강수 인사를 뒀다. 특히 대선을 불과 2개월 앞둔 시점이었기에, 이러한 인사를 두고 정 이사장 특유의 조직 장악력이 발휘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자칫 어수선해질 수 있었던 조직 분위기는 인사를 통해 정리됐다.
한국거래소 내부 임직원 또한 인사 폭을 가늠하기 위해 귀를 기울이는 분위기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사장 선임 절차가 지연되면서 거래소 내 임원·부서장급의 연말 인사도 늦춰졌다”며 “정은보 이사장이 금감원에서 보여준 행보가 있기에 인사 결과에 대해 걱정하는 시각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은보 이사장이 하마평에 올랐을 당시부터 그의 업무적 '카리스마'에 대해 여러 이야기가 오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만 인사를 통한 조직 정비와는 별도로 한국거래소 안팎을 아우르는 소통 방식에 대해서는 고민이 깊을 것으로 보인다. 손병두 전임 이사장이 신설한 직원과의 소통 채널을 유지할지도 관심사다.
한국거래소 노조는 “비전과 목표를 명확하게 설정하고, 조직 구성원에게 이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인물”과 “직원과의 소통을 중요시해 소통의 결과를 실천할 수 있는 인물”이 이사장에 올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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