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종화 기자 = 근로자 50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에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유예하려는 정부와 여당의 바람이 끝내 수포로 돌아갈 위기다.
25일 국회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2026년까지 유예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은 전일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도 되지 못했고, 여야 원내대표 간 협상에서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까지도 협상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이 기존 주장을 굽히지 않을 가능성이 커 보이는 상황이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전일 “정부 여당 측에서 성의 있는 안을 갖고 오지 않았다”며 “협상의 문은 열려 있지만 협상이 이루어질지 여부는 정부의 해당 카드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월 임시국회의 본회의는 25일과 2월 1일 두 번 열린다.
따라서 27일 중대재해처벌법의 확대 적용이 시작되기 전 25일 본회의가 법 적용을 유예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현재 민주당은 중대재해처벌법 유예의 조건으로 산업안전보건청 설치와 1조2천억원인 산업 재해 예방 예산을 2조원 이상으로 확대할 것을 정부와 여당에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 두 가지 조건은 민주당이 추가로 요구한 것이며, 준비 미흡에 대한 정부의 사과, 향후 법 시행을 위한 정부의 후속 대책, 추가 유예를 요구하지 않겠다는 경제단체 약속 등 민주당의 3대 조건을 이미 충족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홍익표 원내대표는 지난 23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산업안전보건청 설치는 정부·여당이 유예 이야기를 꺼낸 초창기부터 제시했다”며 이를 반박한 바 있다.
국회 밖의 여론도 분열된 상황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제인협회·한국무역협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 5단체는 최근 공동 성명에서 “83만이 넘는 50인 미만 중소·영세사업장이 만성적인 인력난과 재정난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준비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이대로 사업주를 강력하게 처벌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 사업장 폐업과 근로자 실직 등 많은 우려가 현실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생명안전행동, 민주노총 등 노동계는 24일 정의당과의 공동 성명에서 “정부와 국민의힘은 경제단체의 요구만을 들어 무리하게 중대재해처벌법 50인 미만 적용유예 연장을 촉구하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맞받아쳤다.
25일 본회의 처리가 무산된다면 중대재해처벌법의 확대 적용은 정해진 수순이다. 다만 2월 1일 국회 본회의가 있어 일단 법이 확대 적용에 들어간 이후라도 개정안을 협상할 여지는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 경우에는 국회 법사위에서 대안을 마련하는 등 일정 절차를 거쳐야 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을 보면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공포 후 5년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한다’고 규정해 소규모 사업장에 법안이 한 번도 적용되지 않은 상황을 가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당의 한 관계자는 “문안 상 한번 확대 적용이 되면 법안을 다시 만들어야 할 것 같다”며 “다만 법사위에서 다른 법안과 통합하는 등 재량으로도 그 문제는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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