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지난해 위안-원 직거래시장의 일일 거래량이 2배가량 늘었으나 실수요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인 것으로 나타났다.
직거래 시장이 개설됐음에도 재정거래의 유인으로 인해 달러-원과 달러-위안(CNH) 시장을 경유하는 흐름이 여전하고, 특히 대규모 환전 물량을 처리할 때는 직거래 시장의 유동성이 깊지 않아 재정거래로 대신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해 1~11월 사이 위안-원 직거래 일평균 거래량은 32억4천만달러로 전년대비 2배 가까이 늘었다. 달러-원 거래량 대비 비율도 약 30%로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26일 서울외환시장의 외환딜러들은 그러나 실수요가 늘어나는 모습은 관측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오히려 대중무역이 감소세를 보이면서 실수요가 일부 줄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A은행 딜러는 “실수요 자체는 많지 않아 시장 거래 대비 10% 미만으로 추정된다”면서 “시장 조성자로 하는 거래가 실수요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 딜러는 또한 위안-원 시장의 호가 스프레드가 벌어져 있어 거액을 거래하는 대기업에서는 위안-원 직거래 시장을 통한 거래를 부담스러워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딜러는 “가격을 제시할 때 비드(매수)와 오퍼(매도) 물량이 적다 보니 이럴 때는 기업에서 직거래 시장이 아닌 달러-원이나 달러-위안 거래를 물어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B은행 딜러는 “작년에 거래량이 늘었으나 수급적인 측면은 변화가 없었다. 대중 무역 자체가 다소 감소한 것으로 보이고, 실수요 비중은 5~10% 정도에 그친다”고 말했다.
이 딜러는 직거래 대신 재정거래가 나오는 이유는 2가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시장 상황에 따라 달러-원과 달러-위안을 비교해서 재정환율이 나눠서 커버하는 게 유리한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두 번째는 금액적인 부분이다. 위안-원 시장은 최소 거래단위가 100만위안(약 13만달러)이며, 달러-원은 100만달러로 매우 크다. 위안-원 시장의 호가가 촘촘하게 생성돼 있지 않아 안 좋은 환율로 커버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대규모 물량을 한꺼번에 받아줄 유동성이 부족한 상황에서 거액 거래를 위한 주문이 이어지면서 환율이 크게 출렁이면 불리한 환율로 물량을 처리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대중 무역 감소에도 지난해 무역결제 수요는 증가했다.
작년 상반기 위안화 결제는 126억7천만달러로 전년동기대비 9.4% 늘었다.
국제금융센터 이치훈 부장은 위안-원 직거래가 부진한 이유에 대해 “위안화가 다른 이유도 있지만 절하 압력이 있어서 보유의 유인이 줄어든다는 점이 문제”라면서 “기업들 거래보다는 금융기관 간에 거래가 많은 게 특징”이라고 지적했다.
이 부장은 그러면서 “점진적으로 실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 무역에서 결제가 많이 일어나고 있어 직거래 시장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의 담당자들이 기존에 하던 관습대로 달러로만 운용하면 된다고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면서 “위안화를 수요로 하는 바이어가 있고, 직거래를 통해 결제비용이 얼마나 감소되고 환리스크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 기업들이 금융 효율성을 높이는 전략이 필요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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