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이석훈 연구원 =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긴축기조를 마무리하고 올해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 발언의 매파 수위도 다소 약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2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시장의 예상보다 비둘기파적인 발언으로 연준의 피벗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면서 FOMC 위원들은 이런 시장의 기대를 억누르기 위한 발언에 나섰지만 하반기 금리 인하는 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했다.
30일 연합인포맥스가 지난 12월 FOMC 이후 나온 위원들의 발언을 분석해본 결과 조사 대상 약 20건의 발언 중 매파지수 4로 평가된 것은 9건이었다.
이전 FOMC 때의 15건에서 크게 줄어든 것이다. 매파지수가 0으로 나온 것은 3건으로 이전과 같았다. 매파지수 1로 평가된 것 역시 3건이었고, 3으로 평가된 것은 5건이었다.
지난 12월 FOMC를 앞두고 일부 발언을 제외하고 대부분 4로 수렴했던 것과 비교하면 일부 비둘기파로의 선회가 눈에 띈다
매파지수는 챗GPT-4가 만든 알고리즘으로 FOMC 위원들의 감성지수를 계산하거나 금리 인상을 지지하는 단어의 빈도를 계산함으로써 그들이 얼마나 매파적(-4~+4 범위)인지 평가한 것이다. 여기에 베이더(vader) 기반 분석용 코드로 알고리즘을 보완했다. 금리 인상을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경제펀더멘털을 강조하고, 인플레이션의 문제점보다는 미국 경제의 긍정적인 요소들로 채우는 것을 매파적이라고 봤다.
다만 알고리즘을 보완했음에도 시장에서 해석하는 것과 실제 발언을 통해 느껴지는 매파적 수위는 달라질 수 있다. 또한 각각의 발언만 분석 대상으로 삼고 있어 위원 한명의 전반적인 성향을 평가하기는 어렵다.
올해 첫 연준의 FOMC 정례회의는 미국 시간으로 30~31일 이틀간 예정돼 있으며, 한국시간으로 2월 1일 새벽에 회의 결과가 발표된다.
◇ 비둘기파 선봉에 있는 굴스비와 보스틱
올해에는 FOMC 정례회의에서 금리 결정 투표권을 갖는 지역 연방준비은행 총재 4명이 교체된다.
새롭게 투표권을 갖는 곳은 애틀랜타(보스틱)와 클리블랜드(메스터), 리치먼드(바킨), 샌프란시스코(데일리) 등이다.
비둘기파의 선봉에 있는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은 총재가 투표권을 내주고 다른 비둘기인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가 목소리를 낼 예정이다.
보스틱 총재는 매파지수 평가에서도 4번의 발언 중 2번이 각각 0과 1로 평가받았다.
그는 작년 12월 인터뷰에서 올해 3분기에 금리 인하를 예상하면서 인플레이션이 올해 말 2.4%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하반기에 2차례 금리 인하가 적절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보스틱 총재는 이미 작년 6월부터 통화정책이 충분히 제약적이라고 평가해 연준 동료 위원들보다 일찍 금리 인상 중단을 중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 7월 연준은 금리를 한 차례 더 올린 바 있다.
가장 최근 발언에서 보스틱 총재는 3분기 금리 인하를 전망하며 '예상치 못한 경제활동의 진전'과 '예상치 못한 인플레이션 둔화 가능성' 등을 언급했다.
경제는 강한 모습을 보이면서 인플레이션은 적절하게 둔화하는 연착륙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굴스비 총재는 지난달 15일 연준이 인플레이션에서 고용시장 둔화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업률 상승 위험을 경고하면서 당시 올해 3월 금리 인하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 조기 인하 기대에 선 긋는 위원들
FOMC는 작년 12월 회의에서 올해 3차례 금리 인하를 전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의 기대는 이르면 3월에서 현재는 5월 인하로 차츰 이동한 상황이다.
이처럼 3월 이른 금리 인하 기대가 커지면서 FOMC 위원들은 시장이 앞서나가고 있고 금리 인하 기대는 '시기상조'라는 점을 강조했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는 지난달 발언에서 연준이 금리 인하를 실제로 이야기하고 있지 않다며 이를 추측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지난 10일에는 매파적 발언의 수위를 높였다.
그는 인플레이션 지표가 개선됐지만 아직 물가 안정 목표와 거래가 멀다며 금리를 '당분간' 높게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연준 내 강력한 매파로 통하는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는 올해 기준금리를 내릴 수는 있겠지만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월러 이사 연설의 제목은 “거의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지만, 지속될 수 있을까”였다.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훨씬 견조한 상황을 인정하면서 이같은 상황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 수 있을지 약간의 의구심을 드러낸 것이다.
월러 이사는 또한 다음 달 나오는 소비자물가지수(CPI) 수정치를 주목할 것이라고 말했다. 1년 전에도 인플레이션이 매우 빠른 속도로 내리는 듯했으나 연간 업데이트를 통해 계절적 요인들이 물가 하락분을 상쇄했다고 지적했다.
1월 CPI와 작년 물가 수정치는 2월 중순경 발표될 예정이다.
매파로 통하는 미셸 보먼 연준 이사는 더 많은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에서 추가 인상 없이 인플레 하락이 가능하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매파인 로리 로건 댈러스 연은 총재는 금융시장 유동성 부족으로 연준의 대차대조표 축소 속도를 늦추는 방안을 고려할 때라는 언급으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금융시스템에는 여전히 충분한 유동성이 있지만 개별 은행들이 압박받기 시작했다”면서 “제 생각에는 하루짜리 역환매조건부채권(오버나이트 역레포) 잔액이 낮은 수준에 가까워짐에 따라 유출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려면 대차대조표 축소 중단이 선행돼야 한다. 연준이 양적긴축(QT) 마무리 여부를 이번 회의에서 논의할지 주목된다.
smje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