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윤슬기 기자 = 우리금융그룹 계열의 우리프라이빗에쿼티(PE)가 추진하는 국적선사 폴라리스쉬핑 인수가 사실상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폴라리스쉬핑 인수를 위한 펀드에 주요 출자자(LP)로 참여할 예정이던 HMM이 발을 빼면서 인수 자금을 마련하지 못하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이로 인해 폴라리스쉬핑 매각 측은 우리PE에 부여했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박탈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우리PE가 폴라리스쉬핑 인수를 위해 조성하는 프로젝트펀드는 HMM의 중도 이탈로 약 1천억원 정도를 마련할 수 없게 됐는데, 우리금융지주 소속의 PE가 1천억원 때문에 대형 국적선사 인수를 포기해야 하는 상뢍을 맞자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의아하다는 반응과 함께 상당한 신뢰도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31일 데드라인…자금 마련 불발시 인수 무산 수순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폴라리스쉬핑 매각 측은 사실상 협상 데드라인으로 설정한 오는 31일까지 우리PE가 인수 자금 조달 계획을 제출하지 못할 경우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박탈할 예정이다.
우리PE가 당초 제시한 총 인수대금은 6천200억원가량이다.
이니어스PE 등이 보유한 지분 가치 2천700억원과 모회사 대출금 900억원, 대주주 지분 가치 1천억원, 칸서스자산운용 대출금 1천600억원 등을 우리PE가 떠안고 인수하는 구조다.
우리PE는 HMM과 해양진흥공사를 인수를 위한 프로젝트펀드 출자자로 영입해 각각 1천억원과 500억원을 투자받을 예정이었다.
여기에 더해 추가 LP를 영입하고, 인수금융을 활용해 나머지 자금을 보충하는 전략을 짰다.
하지만 HMM이 하림으로 매각될 상황이 되자 산업은행이 HMM에 재무적으로 변동을 줄 수 있는 자금 출자를 억제하라고 요구하면서 결국 HMM은 펀드 출자를 포기했다.
HMM은 단순 재무적투자자(FI)가 아니라 향후 펀드 엑시트(EXIT) 과정에서 폴라리스쉬핑을 완전 인수하는 전략적투자자(SI)로 지위가 변동될 수 있다는 점에서 펀드에 출자하는 다른 투자자를 끌어오는 강력한 유인책이 됐다.
하지만 HMM이 발을 빼기로 하면서 우리PE는 자금 마련에 난항을 겪는 것은 물론 다른 투자자를 확보하는 데도 어려움이 생겼다.
인수자금 조달 계획서를 제출해야 하는 상황에서 큰 난관에 부딪치게 된 셈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우리PE를 이끌고 있는 김경우 대표가 지난해 말부터 신규 투자자 확보를 위해 고군분투했지만 아직까진 꼬인 실타래가 풀리지 않고 있다”며 “현 상황에선 1천억원을 구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무엇보다 펀드 출자자 중 강력한 상징성이 있는 HMM의 빈자리를 채우기는 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해진공은 입장을 변경한 HMM과 달리 이번 딜에 참여하겠다는 계획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임종룡 지원 없었나…해외매각 가능성↑
우리PE의 폴라리스쉬핑 인수가 주목받은 것은 우리금융이 '임종룡 체제'로 전환한 이후 계열사가 추진한 가장 상징성 있는 거래였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이 직접 인수·합병(M&A)에 참여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해운산업 재편 과정에서 우리금융이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평가가 많았다.
특히 임종룡 회장은 과거 금융위원장 시절 해운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구조조정과 산업재편 작업을 진두지휘한 경험이 있어 이번 거래에 관심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우리PE가 1천억원의 자금을 구하지 못해 딜이 깨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금융권에선 다소 의외라는 반응도 있다.
우리금융이 직접 지원을 할 수는 없더라도 4대 금융지주 중 하나인 우리금융 소속의 PE가 펀드 투자자 이탈로 발생한 1천억원의 자금 공백을 메우지 못하고, 이를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른 점도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문제가 꼬이기 시작한 것은 HMM의 이탈이겠지만, 우리PE의 이후 대처 또한 미숙했던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매각 측이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박탈을 선언할 경우 국적 선사인 폴라리스쉬핑이 해외로 매각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만기를 맞는 자금 상환 등을 위해 폴라리스쉬핑은 결국 보유 중인 선박을 매각하는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j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