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금통위 의사록서 밝혀
“시장기대 완화적 치우칠 수도…기대 관리해야”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정현 기자 = 한국은행이 일부 물가지표의 일시적 둔화에 과도한 의미를 두지 않아야 하며 시장 기대가 조기에 완화적으로 치우칠 수 있어 필요시 적극적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기대를 관리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한은은 30일 공개한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의사록(1월11일 개최, 통방)에서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일부 지표에 근거하여 조기에 시장 기대가 완화적으로 치우칠 가능성이 상존해 있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한은은 물가안정기로 진입하기 위한 마지막 단계(last mile) 리스크가 남아 있다는 판단 하에 이 같은 진단을 내놨다.
한은은 “우리나라의 최근 물가상황을 보면, 점차 물가안정기로 진입하는 모습이나 누적된 비용인상 압력, 여전히 높은 기대인플레이션 등 가격조정 모멘텀이 아직 남아 있을 가능성이 있어 마지막 단계 리스크가 남아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인플레이션율 안정화 추세라는 긍정 신호를 놓치지 않는 노력을 병행하는 가운데서도, 일부 물가지표의 일시적 둔화에 과도한 의미를 두지 않도록 다양한 관련 지표의 움직임을 종합하여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물가흐름, 상하방 요인 혼재”
한은은 향후 물가 흐름과 관련해서는 상하방 요인이 혼재된 것으로 평가했다.
한은은 “유가와 환율 흐름, 내수 부진 등이 물가의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농산물가격이 예년보다 높은 상승률을 이어가고 지정학적 불안 요인이 상존하는 가운데 누적된 비용압력의 파급효과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우리 경제의 내수가 예상보다 부진한 점을 고려하면 수요 증가가 물가 둔화 추세를 바꿀 정도로 물가를 자극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면서 “다만 비용압력이 초기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데다 기대인플레이션도 여전히 높은 점 등 물가의 상방리스크가 상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이번 수출 회복세, 과거 대비 약할 것 “
한은은 국내 경제의 성장 동력인 수출에 대해서도 다소 어둡게 봤다.
한은은 “최근 대중 수출은 반도체 수출 회복에도 불구하고 비IT(정보기술) 부문 수출의 감소세가 이어지면서 상대적으로 회복이 더딘 상황”이라며 “금번 수출 회복세의 강도가 과거 수출 회복기에 비해 다소 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우리나라에서 생산한 전기차가 유럽으로 운송되는 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한다는 이유로 유럽 일부 국가가 우리 제품을 전기차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한 사례를 언급하면서 “주요국의 산업정책에 대한 우리 기업의 대응 양상과 우리 수출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살펴보겠다”고 덧붙였다.
한은은 또 “수출이 내년까지 개선 흐름을 이어가겠으나 반도체경기 회복에 따른 반도체장비 수입 증가, 소비 부진 완화에 따른 소비재 수입 증가 등으로 수입이 늘어나면서 하반기 중 순수출의 성장기여도가 마이너스로 전환될 것”이라고 말했다.
◇ “PF 부실 파급영향 제한적”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및 건설업 위기에 대해서는 아직 심각하지는 않은 것으로 평가했다.
한은은 “부동산 PF는 사업장별로 분리되어 있어 특정 PF의 부실이 다른 PF로 파급되는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부실 사업장이 계속 늘어날 경우 시장의 신용경계감이 높아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건설업 폐업 신고 건수가 증가했고, 업종 전체로도 2020년 이후 파산 건수가 늘어나고 있다”면서 “다만 전체 법인 대비 파산업체의 비중이 이전에 비해 크게 높아지지는 않았다”고 첨언했다.
◇ “민간소비, 서비스소비 둔화하며 부진”
민간소비에 대해 한은은 “작년 4분기 중 민간소비는 고물가·고금리 영향으로 재화소비 조정이 이어지는 가운데 그간 증가 흐름을 보이던 서비스소비가 둔화하면서 당초 예상보다 부진했다”면서 “이러한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도입에 따른 대출 억제에 대한 평가도 내놨다.
한은은 “스트레스 DSR 도입시 시중금리가 하락하는 상황에서도 대출 증가가 억제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면서 “캐나다, 호주, 핀란드 등 여타 국가들도 동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 “국제유가-달러 역의 관계 악화 가능성”
미국의 에너지 수출에 따른 변화도 언급했다.
한은은 “미국이 셰일 혁명으로 에너지 순수출국으로 변모하면서 국제유가와 달러화의 역의 관계가 구조적으로 약화하였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국제유가 급등이 미국의 대유럽 천연가스 수출 증가, 연준의 가파른 금리인상과 맞물리면서 국제유가와 달러화의 동조화 현상이 더 강하게 나타났던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한은은 “과거에는 유가 상승시 달러 약세로 인한 원화 강세가 유가 충격을 완충한 데 반해, 현재는 유가와 달러화의 동조화가 우리 물가의 변동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점을 유의해서 살펴보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피벗(정책 전환)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연준의 대차대조표가 상당한 규모로 유지될 가능성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한은은 “연준이 올해 중 QT(양적긴축)를 종료하고 대차대조표(B/S)를 상당한 규모로 유지한다면 단기금융시장의 과도한 유동성으로 투기수요가 늘어나고 자산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면서 “향후 QE(양적완화)가 다시 필요할 경우 정책 여력이 축소되는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jhkim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