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MC 매파적이었는데도 시장금리 내려…더 생각해봐야
美 물가, 韓보다 빠르게 내릴 가능성
(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이창용 총재가 우리나라 물가 상승세가 예상대로 둔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소비자물가지수(CPI)보다 높은 생활물가 상승세를 우려하면서 금리를 내리려면 데이터를 더 봐야 한다고 말했다.
간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3월 금리 인하 기대를 꺾어 매파적이었고 봤다. 그런데도 시장 금리는 내려 더 생각해볼 문제라고 부연했다.
◇물가 둔화 예상대로…생활물가는 기대인플레 자극 우려
이창용 총재는 1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한국최고경영자포럼 기조연설에서 우리나라 물가 상승세가 예상대로 둔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가 하락으로 물가 하락 속도는 예상대로 가고 있다”라며 “1월 물가 상승세는 지난해 12월 3.2% 상승에서 조금 내려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유가가 배럴당 85달러에서 오래 머무를 것으로 예상하는데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크다”라면서도 “다행인 것은 미국, 이란 등 주요국이 확전을 원하는 것 같지는 않다는 공감대”라고 덧붙였다.
다만 주요국 대비 높은 생활물가는 우려했다.
이 총재는 “많은 분들이 찾아와서 경제가 굉장히 어려운데 물가가 3% 밑으로 내려오면 금리를 낮추고 경기를 부양하라고 한다”라며 “문제는 생활물가가 잘 안 내려오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유럽 등은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세보다 생활물가 상승세가 더 낮지만 우리는 생활물가가 평균 0.7%P 높다”라며 “물가 상승세가 2.8%까지 내려도 생활물가는 3% 중반이고 소비자 기대 인플레이션이 조정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기대 인플레가 높으면 조금만 충격이 와도 인플레가 올라간다”라며 “섣불리 금리를 낮췄다가 인플레가 올라가고 금리를 다시 올리게 되면 통화 정책에 상당한 무리”라고 말했다.
이어 “금리를 내리려면 데이터를 더 봐야 한다”라며 “주요국 대비 금리를 천천히 올렸기 때문에 주요국이 빨리 내린다고 해서 우리도 그 속도로 내리기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2.1%의 경제성장률은 현실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저출산 고령화와 끝나가는 중국 고성장 특수 등을 근거로 들었다.
이 총재는 “과거 3%, 4% 성장했기에 2.1% 성장은 너무 낮고 힘들다고 얘기 많이 하지만, 인구성장률이나 잠재적인 중국과의 경쟁 등을 고려하면 2.1% 성장은 현실로 받아들여야 한다”라며 “합계 출산율이 빠르게 떨어지는데 경제가 2% 넘게 빠르게 성장하리라고 가정하는 건 어렵다”라고 말했다.
◇FOMC는 매파지만 시장금리 내려…어떻게 해석할지 생각해봐야
이 총재는 간밤 있었던 FOMC가 매파적이라고 봤다.
그는 “오늘 아침 FOMC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3월 금리 인하는 성급한 것 같다는 굉장히 매파적인 발언을 했다”라며 FOMC를 매파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런데도 금리는 올라가야 하는데 떨어졌다”라며 “인플레 둔화 때문인지 지방은행 문제인지, 국채 발행량 문제인지, 하루 이틀 미국 시장을 반응 보고 원인을 분석한 뒤 어떻게 할지 생각해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美 물가, 韓보다 빠르게 내릴 수도…”IMF, 美 물가 하향 조정 가능성”
이 총재는 미국의 물가 상승세가 우리보다 더 빠르게 안정될 가능성도 언급했다.
그는 “IMF가 공식적으로 말하진 않았지만 물어보면 미국 연간 물가 전망을 2.2% 정도로 2.8%에서 0.6%P 낮추려고 한다”라며 “만약 2.2%로 내려간다면 우리나라보다 더 빠르게 인플레가 안정될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미국 대선이 변수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경제 정책이 크게 변화할 가능성이 크다”라며 “바이든 대통령의 경제 정책은 잘 알고 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됐을 경우 경제 정책이 어떻게 변하는지가 초미의 관심사”라고 말했다.
미국의 강한 경제 성장이 놀랍다면서도 그 이면에는 엄청난 재정 적자가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IMF가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미국이 올해 1.5%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2.1%로 0.6%P 상향 조정했다. 미국같이 모든 정보가 공개된 나라에서 짧은 시간에 전망을 올린다는 것은 아주 예외적”이라며 “미국 경제가 누구도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지속 성장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경제 성장을 붙들고 있는 것 중 재정 적자를 통한 수요 확대가 굉장히 크다. 미국같이 큰 나라가 코로나 위기 때 재정 적자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15% 쓰고 위기가 끝난 뒤에도 5~6% 재정 적자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이는 미국 장기 금리가 곧 내려올 가능성이 굉장히 적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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