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중립금리의 추정과 관련해 대내 요인과 대외 요인이 상반될 때 중립금리가 어떤 영향을 받는지는 향후 통화정책에 매우 중요한 요인이라면서 심층 연구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 총재는 또 한은의 공개시장운영(OMO)에서 통화안정증권의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도 필요하다는 견해를 표했다.
이 총재는 1일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한국경제학회 공동학술대회 만찬사를 통해 최근 통화정책의 주요 연구 과제를 이같이 꼽았다.
이 총재는 중립금리 추정과 OMO 방식, 조건부 포워드가이던스 정립, 금융중개지원대출의(금중대) 역할, 디지털 뱅크런 위험 대비 등 5개 현안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중립금리와 관련해 이 총재는 “대외요인을 크게 고려하지 않는다면 저출산 및 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 변화 등 대내 요인 때문에 중립금리가 장기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반면 선진국, 특히 미국의 경우에는 재정적자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기후변화 대응으로 투자 수요가 크게 늘어나며, AI 등 기술혁신으로 생산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커서 그동안 추세적으로 하락했던 중립금리가 다시 올라갈 수도 있다는 견해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대외요인의 영향을 크게 받는 개방경제에서 대내·외 요인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작용할 때 중립금리가 어떻게 결정되는 지는 향후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면서 “이에 대한 학계의 연구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OMO와 관련해서 이 총재는 자산운용사를 RP매매 대상에 포함키로 한 조치 등을 소개하면서 통안채를 활용한 시장 운영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우리 단기금융시장에는 RP 외에 3년 미만의 다양한 만기의 통안채가 있다”면서 “선진국과 달리 한은은 원할 경우 초단기 금리뿐 아니라 3년 미만의 단기금리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개시장운영시 통안채의 역할을 어떻게 설정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짚었다.
이 총재는 또 부임 이후 도입한 이른바 ‘한국형 점도표’의 효용에 대한 실증분석과 함께 포워드가이던스를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지에 대한 연구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포워드가이던스와 ‘전략적 모호성’ 중 어느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면서 “먼저 미래의 정책경로에 대해 명확히 밝힌 상태에서 이후 경제 상황과 전망이 달라져 정책이 변화할 경우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전망의 전제 조건을 잘 설명하고 전제 조건 변화에 따라 정책도 변화할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이해시킬 경우, 경제주체가 경제 여건 변화에 더욱 선제적으로 적응함으로써 시장이 안정화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고 이 총재는 소개했다.
그는 “올해 하반기부터는 분기 주요 경제 전망치를 발표하고자 하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향후 조건부 포워드 가이던스를 더 발전시키는 것이 바람직한지, 또 그렇다면 어느 정도 시계까지 확장해 발표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해 고민”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금중대 관련해서는 재정정책이 담당해야 정책금융인 만큼 중앙은행이 하기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시각과 취약업종 등에 선별적이고 한시적인 지원을 하면 고금리 정책 지속에 따른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 맞선다고 진단했다.
또 중장기적으로 경제가 구조적 장기침체(Secular Stagnation)에 빠져 제로금리 하한(Zero Lower Bound)에 직면할 경우 금중대가 중앙은행의 정책도구 중 하나가 될 수 있는지 근본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jwo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