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남경 기자 = 신용등급이 열위한 시공사를 대신해 신탁사가 책임준공을 약속한 '책임준공 관리형 토지신탁'(책준신탁) 사업장의 만기가 올해 대거 돌아온다.
책준신탁은 지난 2016년 도입된 이후 신탁사에 효자 노릇을 했던 상품이지만, 건설 경기의 부진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의 냉각 등으로 중소형 시공사의 부실이 심화하면서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부동산 신탁사의 개발사업 중 PF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차입형 토지신탁과 책임준공 관리형 토지신탁 사업장의 개수는 1천700여곳으로 파악된다.
신탁사 개발 사업은 크게 차입형 토지신탁과 관리형 토지신탁으로 나뉜다. 차입형 토지신탁은 신탁사가 주도적으로 사업비를 조달한다. 관리형 토지신탁 가운데 PF 관련 우려가 커지고 있는 책준형 토지신탁은 신탁사가 시공사를 대신해 책임준공 확약을 제공하면 금융 대주단이 신탁사 신용을 담보로 PF 대출을 실행하는 사업이다.
금융권 우려가 쏠리는 곳은 책준신탁 사업장이다. 책준신탁 사업장은 자금력이 부족한 시공사가 공사를 맡고 있는 게 대부분이다. 문제는 신탁사의 책준신탁 수주가 가장 활황이었던 2021년 이래로 레미콘 파동, 공사비 상승 등 건설 경기가 악화일로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통상 신탁사업의 기간이 2년이고 신탁사의 책임준공 마감 기한이 준공 예정일로부터 6개월을 더한 기간임을 고려하면, 책준신탁 사업장 만기가 올해 대거 돌아오는 것이다. 신탁업계는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책준신탁 사업장만 백여곳이 훌쩍 넘는다고 보고 있다.
신탁업계 관계자는 “21년 수주 경쟁이 가장 치열했던 점을 고려하면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책준신탁 사업장만 해도 100여곳이 훌쩍 넘을 것이다”며 “지난해 연말과 올해 연초만 해도 각 신탁사가 모두 문제가 되는 사업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도 신탁사 관련 PF 리스크를 파악하고 분주히 대응하고 있다. 지난 1일 금감원은 14개 부동산 신탁사의 최고경영자(CEO)를 불러 모아 간담회를 개최했다. 금감원은 부실 우려 사업장에 대한 부동산 신탁사의 건전성 모니터링 등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신탁사 대표들은 경쟁이 치열했던 지난 2021년 독소조항에도 불구하고 사업 수주를 맡았다는 자성의 목소리와 함께 금융감독원에도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금감원의 모니터링 대상이 되는 사업장은 신탁사의 차입형 신탁과 책임준공형 신탁 사업장 1천700여곳 중 극히 일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구·경북 등 분양실적이 부진한 지역의 사업장과 물류센터 등이 집중 모니터링 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신탁사가 PF 리스크를 부담하는 차입형과 책준형 사업장의 상황을 분석하고 있다”며 “신탁사가 충당금 적립과 유동성 관리 등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를 볼 것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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