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주가 5분의 1로…이달 들어 19%↓
“TL 부진, 가볍게 넘기기 어려워”
(서울=연합인포맥스) 김학성 기자 = 3년 전 100만원을 넘겼던 엔씨소프트의 주가가 결국 20만원 아래로 떨어졌다.
기존작 매출 감소와 지난달 출시한 신작 '쓰론 앤 리버티(TL)'의 흥행 실패가 이유로 분석된다.
18일 연합인포맥스(화면번호 3111)에 따르면 엔씨소프트 주가는 전날 6.25% 하락한 19만3천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30만원대가 무너진 지난해 6월 이후 약 반년 만에 20만원대까지 내주고 말았다. 주가가 100만원을 웃돌던 2021년 2월과 비교하면 5분의 1 이하다.
국내 주요 상장 게임사들과 비교해도 엔씨의 최근 주가 하락률이 가장 높았다.
이처럼 엔씨 주가가 힘을 쓰지 못하는 이유는 회사의 실적이 계속해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연합인포맥스가 이날 국내 주요 증권사 7곳이 1개월 이내 제출한 엔씨의 지난해 4분기 실적 전망치를 집계한 결과, 엔씨는 매출 4천273억원과 영업이익 62억원을 올렸을 것으로 관측됐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2%, 87% 감소한 수치다.
다음 달 7일 '어닝 쇼크'에 해당하는 실적을 발표하면 10여년 만에 첫 분기 적자 가능성도 있다.
가장 큰 우려가 나오는 부분은 신작 TL의 흥행 부진이다.
엔씨는 11년 만에 처음 출시하는 'AAA'급 PC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자 6년 넘게 개발한 TL에 거는 기대가 컸다.
그러나 지난달 초 국내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TL은 기대했던 호응을 끌어내지 못했고, 21개였던 서버는 10개로 통합됐다.
가장 많은 매출이 나와야 할 출시 초기부터 성적이 부진하자 애널리스트들은 TL의 올해 매출 추정치를 기존 대비 많게는 절반 이하로 낮춰 잡고 있다.
아마존과 협력해 추진하는 상반기 글로벌 출시 성과도 불확실하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재 성과를 감안하면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과 역시 눈높이 조정이 필요하다”며 TL의 해외 연 매출 추정치를 1천700억원에서 1천100억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게임 개발의 방향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정호윤·김예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새로운 장르와 스타일의 게임으로 기존 '리니지' 유저층이 아닌 새로운 고객들을 공략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적응을 잘하지 못하고 있다”며 “TL의 부진과 거기서 파생돼 나오는 우려를 가볍게 넘기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TL에 대해 “몰입하기 힘든 스토리와 낮은 이용자 편의성으로 진입장벽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에 엔씨는 리더십 쇄신과 다각화한 장르의 신작을 선보여 실적 반등을 꾀할 계획이다.
엔씨는 지난달 박병무 VIG파트너스 대표를 공동대표 후보자로 내정해 김택진 대표와 함께 회사를 이끌 임무를 맡겼다.
김 대표와 오랜 인연을 이어온 박 내정자가 사모펀드(PEF) 업계에서 쌓은 경력을 바탕으로 투자와 재무 측면에서 엔씨를 쇄신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아울러 김 대표는 이달 초 배우자인 윤송이 사장과 동생 김택헌 수석부사장의 본사 직위를 해임하고, 주요 사업과 개발을 총괄할 최고사업책임자(CBO) 3명을 새로 임명하는 등의 조직 개편에도 나섰다. 최고경영자(CEO) 직속으로 기획조정과 법무를 담당할 조직도 신설했다.
엔씨는 지난해 11월 지스타(G-STAR)에서 시연한 'LLL'과 '배틀크러쉬', '프로젝트 BSS' 등의 개발에도 집중하고 있다.
큰 폭의 실적 개선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는 '아이온 2'는 내년 출시가 점쳐진다.
엔씨 관계자는 “핵심 경쟁력인 게임 개발과 사업에 전사 역량을 집중해 지속적인 성장 동력을 발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hs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