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 발목 주역…다시 돌아올까
(서울=연합인포맥스) 송하린 기자 = 국민연금공단 등 연기금이 올해 들어 국내주식을 약 7천억원 내다 팔며 코스피·코스닥 지수의 발목을 붙잡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승패는 연기금 수급에 달렸다는 말이 나오지만, 국내주식 비중을 줄여나가는 흐름을 되돌리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해외주식 3배 늘리는 동안 국내주식 제자리
12일 연합인포맥스 매매종합(화면번호 3300)에 따르면 연기금은 지난 7일까지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총 6천732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코스피 시장에서는 5천613억원, 코스닥 시장에서는 1천119억원 내다 팔았다.
올해 들어 연기금은 순매도 행렬을 이어가며 코스피에서만 누적 1조원 넘게 팔다가, 그나마 지난달 22일부터 순매수로 전환한 날이 더 많아지면서 누적 순매도 규모를 축소했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지난달 26일부터 9영업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가며 해당 기간에만 총 2천319억원을 내다 팔았다.
국민연금은 기금수익률 제고를 위해 국내자산 비중을 줄여나가고 있다. 지난해 목표 국내주식과 국내채권 비중을 전년 목표보다 각각 0.4%포인트(p)와 2.5%p 줄인 15.9%와 32%로 세웠다.
대신 해외자산 비중을 늘려가고 있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해외주식 투자규모는 303조원으로, 국내주식 투자규모인 141조원보다 2배가량 많다. 지난 2018년까지만 해도 국내주식과 해외주식 규모는 각각 109조원과 113조원으로 비슷했다.
◇기금수익률 높이려면 ‘해외주식’…’밸류업’ 효과 관망
업계에서는 국민연금이 국내시장에서 발을 빼는 모습을 마냥 비판할 순 없다고 설명한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은 지난해 역대 수익률을 보였을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 비결은 ‘해외주식’이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실제 국민연금의 지난해 11월 말 기준 해외주식 수익률은 17.76%로, 자산군 가운데 가장 높게 나타났다. 국내주식은 16.50%였다. 2018년 이후부터는 쭉 국내주식 수익률이 해외주식 수익률을 이기지 못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다른 해외 연기금보다 수익률이 낮을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서 “해외 연기금이 안 가져가도 되는 ‘국내주식’을 100조 이상 들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국내주식이 부진한 이유로 ‘지배구조(거버넌스)’가 주로 꼽히면서 정부에서는 최근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을 예고했다. 그 영향으로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미만인 저PBR 쪽으로 수급이 몰린다. 2,400선까지 떨어졌던 코스피도 드디어 힘을 받기 시작했다.
연기금도 기술주를 순매도하고 저PBR주를 순매수하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모습이다.
이달 연기금이 가장 많이 순매도한 종목은 삼성전자, 네이버, 삼성전기, SK하이닉스 순이었다. 연기금 순매수 순위는 LG화학, 신한지주, 현대차, 에코프로머티, 삼성생명 순이다. 은행, 보험 등 금융과 자동차 등은 코스피보다 PBR이 낮은 업종이다.
그렇다고 연기금이 국내주식 비중을 줄여나가는 흐름을 되돌리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최근 연기금이 저PBR 종목을 늘려나가는 건, 벤치마크인 코스피를 따라가는 과정에서 생긴 기계적인 변화일 가능성이 높다.
연기금업계 한 관계자는 “연기금은 포트폴리오를 크게 바꾸려면 구조적인 변화가 확실해져야만 한다”며 “현재는 벤치마크 수준으로 비중을 유지하면서 시장 전망에 따라 비중확대 또는 비중축소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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