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특파원 박경은 기자 =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국 계열사 글로벌X에서 최근 주요 경영진이 무더기로 퇴사했다.
글로벌X는 상장지수펀드(ETF) 전문 자산운용사로, 미래에셋의 해외 ETF 부문을 먹여살리는 핵심 계열사다. 그런 '꿀단지'에서 지난 3개월 사이 경영진인 C레벨급 인사가 무려 여섯명이나 연쇄 이탈하자 글로벌X와 미래에셋 사이에 갈등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미 회사 분위기는 뒤숭숭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주 주말판에서 존 마이어 글로벌 X 최고투자책임자(CIO)가 로니 리벤 재무 총괄과 함께 물러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WSJ은 “두 사람의 퇴사는 지난해 11월 루이스 베루가 전 글로벌X 최고경영자(CEO)와 존 벨란거 최고운영책임자(COO)가 회사를 나간 이후 뒤따라 나온 것”이라며 “크리스털 크리스티 인사 총괄과 브루노 스테인 브라질 법인 총괄도 작년 12월에 퇴사한 바 있다”고 전했다.
WSJ은 지난 3개월 사이에 글로벌X에서 최소 6명의 경영진급 인사가 연쇄 이탈했다며 “420억달러를 운용하는 글로벌X에서 혼란이 불거지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 최고 경영진의 연쇄 이탈로 모기업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과 서로 다른 두 기업 문화의 충돌에 대한 우려가 글로벌X 임직원 사이에는 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래에셋은 2018년 글로벌X를 인수했다.
◇글로벌X 요직 6명, 3개월새 줄퇴사
글로벌X는 규모가 큰 ETF 전문 운용사다. 운용자산(AUM)이 430억달러로 미국 ETF 운용사 중 14번째로 크며 바로 앞에는 피델리티인베스트먼트가 있다. 그만큼 시장의 주목도도 높아 글로벌X의 경영진 퇴사에 대해선 월가에서도 내막을 궁금해하는 분위기다.
일각에선 작년 11월 베루가 전 CEO가 물러날 때 이례적인 흐름이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지난해 ETF 시장이 강하게 반등하고 있었고 전반적으로 흐름이 괜찮았는데 CEO에 이어 일주일 만에 COO마저 퇴사하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월가의 한국계 기관 관계자는 “연말 인사 기간이라고는 하지만 CEO와 COO가 잇달아 퇴사하면서 내부에 이슈가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해하는 목소리가 좀 있었다”며 “후임 CEO가 아직도 임시 CEO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렇다면 정해진 프로세스가 아니라 예상하지 못한 퇴사라고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은 베루가 전 CEO의 후임으로 박현주 미래에셋 창업자의 조카이자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국 법인 공동 CEO인 토마스 박을 작년 11월 임명했다. 박 CEO는 여전히 임시직을 유지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사업을 하면서 발생하는 리더십 변경은 불가피한 부분이고 항상 단기적 어려움이 수반된다”며 “일반적인 조직 개편이고 새로운 CEO가 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또 다른 월가의 한국계 기관 관계자는 “일반적인 조직 개편이면 통상 후임 인선이 마무리되고 인사 교체를 단행하지 않나”라며 “후임이 없는 상태에서 CEO와 COO가 퇴사하고 임시 CEO가 온 다음에 CIO와 파이낸스 헤드가 또 잇달아 퇴사하는 게 일반적인 개편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CEO와 COO가 공석인 가운데 CIO까지 퇴사하면서 뉴스가 커진 측면이 있다”며 “운용사에서 가장 중요한 자리들이 모두 공석인데 빠르게 수습하지 못하면 미래에셋의 계열사 통제력에 대한 말이 계속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박 임시 CEO는 작년 말 부임 후 글로벌X 전체 인력의 약 10%를 해고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WSJ에 나온 것과 달리 두 회사 간 기업 문화의 충돌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글로벌X는 미래에셋 그룹의 성장에 매우 중요한 부분이고 ETF 산업에서 혁신적 리더 역할을 하는 데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퇴사한 마이어 전 CIO는 2017년 메릴린치에서 글로벌X로 합류했다. 작년 11월 퇴사한 베루가 전 CEO는 2014년 COO로 글로벌X에 합류한 뒤 2015년 최고재무책임자(CFO)를 거쳐 2018년부터 CEO를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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