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상속세 납부 유동성 미확보 시 주식 매물 출회 가능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최정우 기자 = 한미약품그룹이 경영권을 두고 가족 간 갈등이 격화하자 시장에서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에 대한 오버행(잠재적 매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미 과도한 은행 빚을 보유한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이 내달 납입 시점이 돌아오는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보유하고 있는 한미사이언스 주식을 매각할 수밖에 없으리란 예상에서다.
◇ 한미사이언스 롤러코스터…오버행 이슈 왜 나왔나
16일 연합인포맥스 주식 종합 현재가 화면번호(3111)에 따르면 한미사이언스는 이달 들어 급등락을 반복하며 4만2천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경영권 분쟁이 가시화된 연초 이후로는 8%가량 상승했다.
연중 최고치와 52주 최고치를 경신한 것은 지난달 16일 임종윤 사장이 한미와 OCI의 통합이 발표된 후 자신의 SNS 계정에 이를 반대하며 본격적인 경영권 분쟁이 가시화됐을 때다.
한미사이언스는 OCI와의 통합에서 그룹사 중 최대 수혜주로 분류됐다. 신약 개발 동력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이후부터 주가는 롤러코스터를 반복했다.
특히 통합 결정 과정에서 배제된 임종윤(장남) 사장과 임종훈(차남) 한미정밀화학 대표가 최근 한미약품그룹 경영 복귀를 선언하며 내달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을 예고하자 시장에서는 한미사이언스를 예의주시하는 모양새다.
앞서 임성기 창업 회장은 보유하고 있던 한미사이언스 지분 2천307만6천985주(34.29%)를 타계 이후 임 사장의 모친인 송영숙(배우자) 회장에 698만9천887주 상속했다. 자녀 3명에게는 각각 한미사이언스 주식 354만5천66주가 상속됐다. 이에 따른 상속세는 5천407억 원에 달했다.
이중 임종윤 사장이 납부한 금액은 352억 원이다. 상속받은 주식 대부분은 사업 운영 등 개인 자금으로 활용됐다.
관련 업계는 임종윤 사장이 향후 3년 안에 706억 원의 상속세를 추가로 납부해야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임종윤 사장의 재무 상태가 그리 견실하지 못하다는 게 금융권 안팎의 평가다.
현재 그가 주식담보대출 등 금융권에 등재된 개인 부채는 1천700억 원이 넘는다. 연간 이자만 100억 원에 달한다.
임종윤 사장이 보유 중인 한미사이언스 지분은 9.91%로 이를 활용한 주식담보대출 비중은 99%를 웃돈다. 아내인 홍지윤 씨와 자녀들을 합한 가족 대차 비율은 보유 주식 비중의 121%를 넘어서기도 했다.
통상 금융회사들은 기업의 최대 주주와 특수관계자들의 채무에 대해서는 우대 금리 등 유리한 조건을 제시한다. 하지만 임 사장의 경우 경영권 분쟁이 촉발되며 최대 주주인 송 회장과의 특수관계를 해소했다. 채무기관으로서는 금리와 담보 조건을 유리하게 제공하기 어려워진 셈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8월 한미사이언스 주가가 3만원 대로 급락하자 주식담보대출을 해 준 증권사가 담보 가치 하락 사실을 통보, (임 사장 측이) 급히 현금을 갚은 적이 있다”며 “최대 주주와 특수관계에 제공하는 조건과 일반 주주가 받는 조건은 크게 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 '백기사' 요청에 난색 표한 투자자들…제도권 채무 '한계치'
사실 임 사장의 재무 상태에 대한 시장의 우려는 IB 업계에서 일찌감치 제기돼 온 이슈다.
IB 업계에선 지난달 경영권 분쟁이 수면위로 부상하며 임 사장이 지분 경쟁에 동참할 기관투자자와 사모펀드(PEF)를 물색할 당시, 이들은 과다한 개인 부채를 문제로 지적했다는 후문이다. 추가 담보 없이는 임 사장의 '백기사'가 돼 줄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는 전언이다.
임 사장이 대주주인 코스닥 상장사 DXVX의 재무 상황이 좋지 않은 것도 문제다.
최근 DXVX는 250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CB) 발행을 준비 중이다. 지난 2022년 9월과 10월에 발행한 248억 원 규모의 CB(전환가격 5천10원) 상환을 위해서다. 이 중 9월 발행 물량(178억 원)의 경우 현재 DXVX의 주가가 5천 원을 하회하고 있어 투자자들의 상환 요구 가능성도 존재한다.
만약 내달 말 예정된 한미약품 주총에서 임종윤 사장이 연임에 실패한다면 자금 압박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이 평가하고 있는 그의 수입은 한미약품 급여와 한미사이언스 배당금, 코리그룹 등 개인회사의 급여가 전부다.
이에 막대한 개인 빚과 잔여 상속세가 신속히 해결되지 못한다면 한미사이언스 주식이 매물로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또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재 수준의 채무는 제도권 금융에서의 한계치다. 추가 차입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경영권 분쟁이 극한에 다다른 상황이 나오면 통상 주가가 오른다. 이번 주주제안을 두고 다중 채무를 해결하려는 의도로 해석하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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