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억달러 발행에 19.2억달러 몰려…안정성 부각, SSA 대거 유입
(서울=연합인포맥스) 피혜림 기자 = 한국주택금융공사가 5억달러 규모의 글로벌본드(144A/RegS) 발행에 성공했다. 주택경기 둔화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부상 등 녹록지 않은 대외 환경이 펼쳐지고 있지만 글로벌 기관을 사로잡는 데에는 어려움이 없었다.
한국주택금융공사는 해외 로드쇼 등을 통해 관련 리스크 속에서도 상환 안정성은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례보금자리론 매입 등을 위해 해외 조달 활용도를 높인 점이 오히려 채권 유동성이 늘어나는 효과를 불러오면서 투자 매력을 높였다.
◇부동산 경기에 쏠리는 눈…안정성 부각, 전 세계 기관 눈독
2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국주택금융공사는 전일 아시아와 유럽, 미국 등에서 진행한 북빌딩(수요예측)을 통해 5억달러어치 소셜본드(social bond) 발행을 확정했다. 트랜치(tranche)는 3.5년물 고정금리부채권(FXD)이다.
한국주택금융공사 채권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다. 발행액의 4배에 달하는 19억2천만달러의 주문이 유입됐다.
특히 중앙은행과 국제기구 등 SSA(Sovereigns·Supranationals & Agencies) 기관들의 투자 열기가 거셌다. 초우량 기관으로 꼽히는 이들이 가져간 물량이 절반을 넘어서면서 양질의 투자자를 두루 포섭했다.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위상은 지역별 배정 비중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이번 채권의 아시아 배정 비율은 56%에 불과했다. 남은 44%의 물량은 유럽·중동(EMEA)과 미국의 몫이었다. 과거 발행물의 70% 안팎을 아시아에서 가져갔던 것과 대조적이다.
최근 주택금융 사업에 대한 해외 기관들의 시선이 까다로워졌다는 점에서 전 세계를 사로잡은 주택금융공사의 인기는 더욱 눈길을 끈다. 최근 부동산 경기 등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데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사태 등으로 한국 금융기관의 부동산 PF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주택금융공사는 이러한 분위기를 고려해 조달 전 로드쇼 등을 통해 해외 기관과의 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지난주 홍콩과 싱가포르를 직접 찾아 기관들의 의구심을 해소하는 데 집중했다.
특히 주택금융공사는 PF 리스크와의 단절성을 강조해 투자자들의 우려를 완화했다는 후문이다. 한국주택금융공사의 PF 업무는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에서 담당하는 반면 주금공 채권은 공사 고유 계정으로 분리돼 있어 관련 리스크와는 무관하다.
이에 북빌딩 개시 후 전 세계 기관들의 매수 주문이 이어졌다. 과거 한국물 투자가 많지 않았던 중앙아시아와 유럽, 중남미 등의 SSA 기관들도 물량 확보 의지를 드러내면서 투자 저변을 한층 확대했다.
◇특례보금 여파에 외화 시장 활용도 배가…시장 안착도 속도
한국주택금융공사는 지난해 2월 글로벌본드 데뷔전을 마친 후 달러화 선순위채 조달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그동안 유로화 커버드본드를 중심으로 발행을 이어갔으나 조달 수요가 늘어나면서 달러화 선순위채는 물론 다양한 이종통화 시장에서 커버드본드를 찍고 있다.
지난해 특례보금자리론 판매가 급증하면서 이에 대응해 외화 조달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주택금융공사가 은행권으로부터 매입해야 할 특례보금자리론이 상당 부분 남아있다는 점에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쉽사리 조달 고삐를 죄지 못하는 모습이다.
발행 시장에서는 꾸준한 조달이 오히려 시장 입지를 돈독히 다져주고 있다. 지속적인 발행이 채권 유동성을 늘리는 효과로 이어지면서 기관 입장에선 오히려 투자 매력이 높아졌다. 금리 인하 기대감에 따른 투자 열기에 힘입어 수급적인 측면보다는 정규 발행사(frequent issuer)로서의 이점이 더욱 부각되고 있는 셈이다.
시장 호조에 힘입어 주택금융공사 채권의 입지 또한 강화되고 있다. 발행을 거듭할수록 유통금리가 축소되면서 국책은행과의 격차를 좁혀가고 있다.
주택금융공사는 이번 채권의 가산금리(스프레드)를 3년물 미국 국채금리에 58bp를 더한 수준으로 확정했다. 최초제시금리(IPG, 이니셜 가이던스)보다 32bp 낮은 수치다. 이는 유통물보다 7bp가량 낮은 수준으로, 마이너스(-) 뉴이슈어프리미엄(NIP)을 달성했다.
지난해 글로벌본드 데뷔 당시까지만 해도 주택금융공사는 국책은행 채권과의 격차가 상당했다. 하지만 20bp 수준까지 벌어졌던 간극은 이번 조달로 6bp 수준까지 좁혀진 것으로 전해진다. 국책은행은 한국물 시장의 대표주자로 꼽힌다.
한국주택금융공사의 국제 신용등급은 AA급 수준이다. 무디스와 S&P, 피치는 각각 ‘Aa2’, ‘AA’, AA-‘ 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이번 딜은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과 HSBC, JP모건, KB증권, 노무라, 스탠다드차타드가 주관했다.
ph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