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남경 기자 = 워크아웃에 돌입한 태영건설의 59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처리 방안을 제출하는 기한이 다가왔지만, 사업장마다 사업성 유무와 대주 구성 등 이해관계가 복잡해 정리 방안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표적인 예는 태영건설의 PF 사업장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인 마곡 CP4 개발사업이다. 이미 본PF 절차를 거쳐 공정률이 80%에 달하는 상황이지만, 공사에 필요한 추가 자금 지원을 두고 대주단과 차주의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마곡 CP4 개발사업 대주단의 대리은행을 맡고 있는 신한은행은 차주인 시행사에 추가 자금 지원을 두고 금리 조건 등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대주단은 시장 상황을 고려해 차주에 8.5%의 금리에 수수료 1%를 포함한 9.5%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차주인 시행사와 시공사 태영건설은 기존 PF 대출의 금리가 3~6%인 점에 따라 금리 수준이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또 대리은행이 최근 유동성 우려가 불거진 롯데건설의 상황을 참고했는데, 마곡 사업장은 사실상 분양 리스크가 없다는 설명이다.
대주단 한 관계자는 “처음 제안한 금리가 점점 낮아져 8.5% 수준까지 간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데도 태영과의 간극이 크다고 한다. 차주가 어느 정도의 금리 수준을 바라는지 모르겠지만, 자금을 지원하는 입장에선 시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마곡 CP4 개발사업은 태영건설의 PF 사업장 중 규모가 가장 큰 곳으로, PF 대출 규모만 1조6천억원에 달한다. 대출 기관은 총 59곳이다.
이 개발사업은 국민연금이 지난 2021년 2조3천억원 규모의 선매입 계약을 체결한 사업장이다. 부동산 시설이 준공되면 사전에 정한 가격으로 인수하겠다는 계약이다. 사실상 분양 리스크는 없는 사업장이지만, 공사를 마무리하기 위해선 3천700억원 규모의 추가 자금이 필요하다. (연합인포맥스가 1월 22일 단독 송고한 ‘”국민연금이 사기로 했는데”…마곡CP4·김해 산단, 태영 본PF도 쉽지 않다’ 기사 참고)
문제는 마곡 사업장 외에도 태영건설이 책임준공을 약속한 수많은 사업장의 이해관계 조정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태영건설이 맡은 PF 사업장의 대주단은 오는 26일까지 워크아웃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에 사업장 처리 방안을 제출해야 한다.
이후 삼일회계법인의 자산·부채 실사를 거쳐 오는 4월 2차 채권자협의회에서 기업개선계획을 결의하기 위해서다.
사업장마다 시공사를 유지하고 사업을 이어갈 건지, 대체 시공사를 선정할지 등을 결정해야 한다는 의미다. 다만 공사를 이어가도 마곡 사업장처럼 추가 자금의 규모를 두고 줄다리기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18개 브릿지론 사업장의 경우엔 이해관계가 더욱 복잡하다. 서울과 수도권 인근의 우수한 입지가 아니라면 대체 시공사를 선정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경·공매에 나서더라도 사업 초기 부지 매입가보다 낮아진 땅값에 후순위 채권자의 원금 회수는 어려워진다.
PF 업계 관계자는 “그야말로 수십 가지의 경우의 수가 가능한 상황이다”며 “이번 주까지 정리 방안을 마련하겠지만, 제출하라니 일단 내는 수준이다. 실사 과정에서 사업장마다 입장이 계속 변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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