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남경 기자 = 태영건설의 일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에 대한 대주단의 이자 장사가 논란이 되고 있다.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의 성공적 이행을 위해서 PF 사업장의 정리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데, 일부 대주단이 워크아웃의 취지와 달리 과도한 금리를 요구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곡CP4 추가 자금…협의 지지부진
22일 투자금융 업계에 따르면 태영건설의 마곡 CP4 사업장에서 대주단의 대리금융기관인 신한은행은 추가 공사비 지원에 대한 금리로 9.5%를 요구했다.
마곡 CP4는 태영건설의 최대 규모 PF 사업장이다. 마곡역 인근 마이스(MICE)복합단지 특별계획구역인 CP4 블록에 지하 7층~지상 11층, 연면적 약 46만㎡ 규모의 복합시설을 조성하는 대규모 개발 사업이다. 이지스자산운용과 태영건설 등이 시행 주체인 '마곡CP4PFV'에 지분을 출자해 사업을 추진해 왔다.
이 개발사업은 국민연금이 지난 2021년 2조3천억원 규모의 선매입 계약을 체결한 사업장이다. 부동산 시설이 준공되면 사전에 정한 가격으로 인수하겠다는 계약이다. 국민연금의 계약으로 분양 리스크는 적지만, 공사를 마무리하기 위해선 3천700억원 규모의 추가 자금이 필요하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계획에 따라 PF 대주단은 오는 26일까지 사업장별 정리 방안을 KDB산업은행에 제출해야 한다. 마곡 CP4 사업장의 대주단도 이를 위해 추가 자금에 대한 금리 조건 등을 차주인 시행사 측과 협의해 왔다.
대주단이 제시한 금리는 8.5%와 수수료 1.0%를 포함한 9.5%이다. 대주단은 국민연금의 선매입 계약이 시공사 부도(태영건설 워크아웃)로 해지 사유가 발생한 점, 부동산 PF 시장의 불안으로 금융기관의 신규 PF 대출 금리가 높아진 점 등을 참고했다는 입장이다.
논란이 되는 건 대주단이 선정한 8.5% 금리다. 연합인포맥스 취재에 따르면 대주단은 롯데건설이 조성하는 PF 펀드의 금리를 활용했다. 마곡CP4 사업장에 추가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 롯데건설 펀드 조성에 참여하는 것보다 채권 보전 차원에서 장점이 없다는 설명이다.
롯데건설은 4대 시중은행과 산업은행, KB·대신·키움증권을 비롯해 롯데그룹 계열사와 함께 2조3천억원의 펀드를 조성한다. 시중은행은 선순위로 1조2천억원을, 8.5% 금리로 참여한다.
PF 업계 관계자는 “롯데의 금리에 맞춰서 대주단이 시행사에 제안한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연금이 들인 돈이 있어 쉽게 계약을 해지하지는 않겠지만, 어쨌든 선매입 계약에 대한 해지 사유가 발생하면서 대주들로선 리스크가 커진 것이다”고 말했다.
또 “요즘에는 금융기관들이 PF를 극도로 보수적으로 취급하기 때문에 요구 금리도 높다. 이런 시장 환경을 대주단이 고려해야 했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분양 리스크 없는데'…워크아웃 취지 잊었나
다만 일각에선 대주단의 이자 장사가 과도하다는 반론도 나온다. 해당 사업장은 공정률이 80%에 달하고 분양 리스크가 사실상 없는데도 롯데건설의 펀드와 같은 금리를 요구하는 게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또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대주단이 워크아웃의 취지와 달리 이자 장사에만 몰두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태영건설의 PF 사업장 가운데 한 지역의 주거시설 사업장 대주단은 대략 500억원 규모의 추가 자금을 지원하며 6~7%의 금리를 선정했다. 이 사업장은 후분양 사업장으로 분양 실적에 따라 자금 회수에 대한 리스크가 있지만, 대주단이 워크아웃의 취지를 고려해 적절한 협의를 이어 나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태영 PF 대주단 한 관계자는 “마곡의 경우 금리가 조금 과한 것 같다. 워크아웃은 모두가 조금씩 양보하면서 기업을 살려보겠다는 게 취지 아니냐”며 “PF 사업장 정리가 워크아웃의 핵심 과제인 만큼 우리도 금리에서 태영에 조금 양보를 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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