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에서 향후 3개월 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는 금통위원이 등장하는 등 금리 인하 논의가 본격화하는 양상입니다. 이에 연합인포맥스는 채권시장 전문가들이 보는 향후 통화정책 경로 및 금리 향배, 정책 변수를 진단한 기사를 세꼭지 송고합니다.]
(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사상 최장기간 기준금리 고점 동결 기조를 이어온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인하’ 신호를 쌓아가고 있다.
채권시장에서는 7월 혹은 그 이전이라도 금리가 인하될 수 있다는 전망이 강화됐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과 부동산 가격의 움직임은 여전히 금리 인하 시점을 결정할 핵심 변수로 거론된다.
◇인하 ‘빌드업’ 나선 금통위…H4L 막바지
23일 한은에 따르면 금통위의 전일 동결 결정으로 13개월 연속 3.5% 기준금리가 유지됐다. 다음 금통위가 4월 중순인 만큼 15개월 3.5% 유지는 확정적이다.
이는 콜금리 목표제가 도입된 지난 1999년 이후 금리 인상 사이클의 고점에서 동결 기조가 유지된 최장 기록이다.
이전까지는 지난 2011년 6월에서 2012년 7월까지 13개월 3.25% 유지가 가장 긴 기록이었다. 기준금리가 저점에서 최장기간 동결된 사례는 지난 2016년 6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약 18개월이다.
금리 고점 수준 유지가 유례없이 길어지는 가운데 금통위도 금리 인하 카드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전일 금통위에서 한 명의 위원이 향후 3개월 이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금통위원들의 단기 금리 경로 전망 가이던스가 시작된 이후 사실상 첫 인하 주장이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직후인 지난해 10월에도 한 명의 금통위원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주장하기도 했지만, 당시는 해당 위원은 인상과 인하 가능성을 모두 열어둬야 한다는 다소 중립적인 스탠스였다.
이번 인하 가능성을 제기한 위원은 내수의 지속적인 둔화를 근거로 들었다. 내수 부진으로 성장이 부진한 것은 물론, 물가도 예상보다 빠르게 떨어질 것이란 주장이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물가의 목표 수렴에 대한 불확실성이 이전보다 줄었다고 천명했다. 금리를 내리지 못하는 유인이 약화했다는 말이다.
은행권의 채권딜러는 “물가가 안정되어 가는 가운데 내수가 살아나지 못하는 이유는 결국 고금리 때문”이라면서 “기준금리가 중립 수준보다 높은 상황에서 금리를 내리지 않을 이유가 환율 문제를 제외하면 많지는 않다”고 말했다.
◇연준 인하 지연은 관건…부동산 시장 상황도 변수
금통위가 인하 논의를 테이블에 올린 만큼 그 시점에 대한 시장의 기대도 다소 앞당겨지는 분위기다.
이 총재가 상반기 중 금리 인하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또 한 번 선을 그은 만큼 새로운 경제 전망이 나오는 오는 5월 금통위에서 인하 소수의견이 나오고, 7월에 단행될 것이란 전망이 힘을 받는다. 5월에 전격적으로 인하가 단행될 것이란 예상도 적지 않다.
다만 연준의 금리 인하 예상 시점이 갈수록 후퇴하는 점은 여전히 한은 금리 인하의 시점 결정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당초 3월 인하 기대가 비등했지만, 최근에는 6월 전망이 우위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다시 금리 인상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는 상황이다.
이 총재는 전일 연준이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분위기가 잡히기만 해도 다른 나라의 독립적인 통화정책 수행 공간이 커진다는 견해를 표했다. 실제 인하가 단행되지 않더라도 연준이 조만간 금리를 내린다는 명확한 신호를 보내면 우리 금리 인하에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란 말이다.
그럼에도 한은이 연준보다 먼저 움직이기는 어려울 것이란 시각도 여전하다. 달러-원 환율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 탓이다.
한은이 선제적으로 금리를 내릴 경우 내외 금리차 확대뿐만 아니라 경기 상황이 그만큼 좋지 않다는 신호로 읽히면서 원화에 약세 재료로 작용할 수 있는 탓이다.
한은의 한 관계자도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금리차가 확대되는 것과 달리 우리가 먼저 내려서 확대되는 것이 환율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는 불투명하다”고 언급했다.
부동산 가격의 향배도 중요하다.
이 총재는 전일 금통위에서도 통화정책이 집값을 자극하지는 않도록 하겠다는 견해를 되풀이했다.
연준보다 앞서서 선제적으로 금리를 내렸다가 자칫 부동산 가격이 다시 상승 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통화당국에 대한 책임론이 거세질 수 있다. 금통위원들 입장에서는 상당한 부담일 수밖에 없는 변수다.
jwo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