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은별 기자 = 2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결과에서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유의미한 신호가 엿보였다는 것이 대부분 채권 애널리스트의 평가다.
다만 기존의 인하 시기에 대한 전망을 앞당긴 곳은 드물어, 전날의 시장금리 급락에 비해선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분위기도 감지됐다.
23일 연합인포맥스가 국내외 20곳의 금통위 리뷰55를 종합한 결과 대부분의 전문가는 금통위에서 비둘기파 기조가 감지됐다고 평가했다.
금융통화위원 중 한명이 3개월 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뒀고, 근원 물가상승률 전망을 2.3%에서 2.2%로 조정한 점이 비둘기파적이었던 것으로 풀이됐다.
이창용 한은 총재의 기자간담회에서 나온 일부 발언도 비둘기파적으로 평가됐다.
이 총재는 “선진국 대비 대처를 잘해서 물가가 하락하는 속도와 상황이 나쁜 상황이 아니다”며 “미국이 금리를 낮추기 시작하거나 분위기가 잡히면 각국이 차별화된 정책을 할 수 있는 룸이 커진다”고 말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이 12월 FOMC에서 인하 논의를 시작한 것과 같이 본격적이지는 않지만, 한은 테이블 위에 인하 옵션이 처음으로 올라왔다”고 평가했다.
신얼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5월 기준금리 인하로 가기 위한 첫 단추를 끼운 회의”라고 평했다.
이에 기준금리 인하 경로에 대한 전망을 수정한 곳도 있었다.
김진욱 씨티은행 이코노미스트는 “2월 금통위가 매파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던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둘기파였다”면서 “오는 8월 첫 금리 인하에 대한 기존 전망은 유지하지만, 두 번째 인하 전망은 내년 2월에서 오는 11월로 조정한다”고 밝혔다.
이날 금통위에서 내수 부진이 강조됐다는 점에 주목하기도 했다.
김상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기자회견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이전과 크게 바뀐 점이 없다는 점을 강조한 자리였다”면서도 “과거 2차례 고금리 장기화 기간 모두 전기 대비 내수 기여도가 2개 분기 연속 역성장하며 첫 인하가 단행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이클에서 지난 4분기 내수 기여도가 역성장을 기록해, 채권시장은 최소 4월까지 추가 2개월간의 역마진을 견딜 명분이 생겼다”고 말했다.
다만 대부분 전문가는 첫 번째 기준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전망을 수정하진 않았다.
금통위를 소화하며 시장금리가 급락했던 것에 비해선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분위기도 감지됐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이 총재는 상반기 내 금리 인하는 어렵다고 밝혔다”면서 “단기간 기준금리 인하가 단행되지 않으면서 역캐리 부담이 해소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하까지의 시간에 대해 시장과 통화당국의 시각차가 상존한다는 사실은 향후 금리 변동성을 확대하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미 기준금리를 하회하는 수준으로 국채 금리가 낮아진 상황”이라면서 “당장 인하가 가시화되지 않을 경우 조달과 운용 간 불안정성으로 금리가 지속해 하락하기는 부담”이라고 평가했다.
전날 장 마감 후 공개됐던 국채 발행 계획 등으로 수급 부담도 나타날 것으로 예상됐다.
임재균 연구원은 “3월에 적어도 14조원 이상의 국채 발행을 계획하면서 물량 부담이 높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오히려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지연시킨 곳도 있었다.
허정인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금통위 리뷰에서 “기존에 미국 금리 인하는 오는 5월, 한국은 5월 이후를 전망한 바 있다”면서 “그러나 미국 상업용 부동산발 소형은행 리스크가 안정됐고 펀더멘털 데이터가 매우 견조하게 발표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연준이 5월보다는 6월을 선택할 가능성이 커졌고, 한은도 7월 이후 인하를 고려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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